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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신혜솔/기댈 수 없는, 벽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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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058회 작성일 15-07-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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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솔

기댈 수 없는, 벽 외 1

 

 

태양의 뜨거운 눈이 내 정수리를 뚫어지게 내려 보던 날

예루살렘의 서쪽 벽,

신은 살아있어 간절한 기도를 들어 준다던

통곡의 벽 앞에서 두 손 모아 무릎 꿇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에 들어선 오늘

좁은 통로 앞을 지나다 문득 멈췄다

,

어느 겨울날의 매캐한 냄새가

가림 벽 사이에서, 내 늑골 사이에서 새어 나온다

숨어 있던 벽은 벽을 베고 누웠다 일어섰는지

녹아내린 공중전화 부스가 쓰러질 듯 기대 있고

흐르지도 못 한 채 재가 되어버린 냄새

그 시간은

아직도 기침을 해 댄다 발자국을 뗄 때마다 거친 숨소리가

벽과 벽 사이에서 묻어 나온다

 

비운의 도시 예루살렘, 인파의 기도가 덕지덕지 묻은 통곡의 벽

오늘은

그 벽 속에 숨어 계신 신에게 큰 소리로 묻고 싶다

우리의 통곡은 언제쯤 끝날 수 있는지

 

 

 

 

글루미 선데이

-세체니* 다리에서

 

 

부다페스트의 겨울은 어둡고 스산했다

눈발을 몰고 온 아침은 희끗희끗 어둠을 털어내고

햇빛을 보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난

나는 어둑한 강변길을 걷는다

 

다리위에서 내려다 본 강물은 검은빛

춤추듯 하강하는 눈송이 속에서 환한 영상이 보였다

글루미 선데이,

강물을 바라보지 말아야해

저 강물은 영화 속 인물들을 집어 삼킨

마법의 선율을 기억해 내고 있는 중이야

일로나와 안드라스 그리고 그 시대의 암울함을

 

나부끼며 흐르며 죽음의 사유들은 강으로 흘렀을까

다리위에 머물렀던 시간에, 사랑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였을까

죽음을 행복으로 유혹했던 선율이 들려오는 듯

하늘도 강물도 이국의 낯선 아침도 온통 회색빛이다

 

오늘은 목요일

그래,

일요일은 아직 오지 않았어, 그들의 비극도 아직은 아니야

터널을 빠져나오듯 타인의 삶에서 내게로 돌아오는

세체니 다리를 건너는 중이다

 

*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지나는 다뉴브강에 놓인 다리,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배경중 하나 

 

신혜솔- 2003년 작품집 햇빛약국으로 작품 활동. 시집 오래된 수첩. 한국시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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