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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우희숙/파충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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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254회 작성일 15-07-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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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숙

파충류 1

 

 

집중된 섹스는 알을 슬게 한다

그들은 제 집을 기억하는지 근육틈새로 똬리를 틀었다

젖산을 빨며 종일 꿈틀거린다

 

오늘도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

나는 수중분만을 시도한다

그믐밤 바닷물에 알을 낳는 뱀장어처럼

팔뚝과 엉덩이에 한 차례 고통스런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마침내 꼬물거리던 숱한 새끼들이

살집을 헤집고 삐져나온다

 

쏜살같이 사라지는 저들

물이 제 색을 풀고 이내 조용하다

불룩했던 곳곳이 평온하다

시끄럽고 뻐근했던 산통도 새벽별처럼 흐릿하다

 

각질마저 벗겨진

delete된 알집은 또 다시 부풀어 오르고

오래 전 압축된 몸 속 파충류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꽃씨

 

 

암먹부전나비가 돌 위에 앉아 있다

 

밤새 손전등하나 없이 돌 속을 뚫고 나온 꽃이

커다란 제 자궁을 들여다본다

감쪽같이 사라진 제 출구를

 

나비가 날아오른다

탕 소리와 함께 출발한 50미터 달리기 경기처럼

자연스런 이별은 신나는 질주인지도 모른다

 

바람에

꽃이 날아간

그 사이

 

그는 눈물 한 점 흘리지 않는다

또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기를

다만 원할 뿐

 

우희숙 - 2010문학·등단. 시집으로 도시의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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