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김태실

달팽이의 꿈

달팽이 한 마리 풀잎에 있다

날카로운 그림자의 경계에서

허공의 노랑을 퍼마시는 허기

저 빛깔 양껏 배불려 원추리 한 송이 잉태하면

내뱉는 날숨마다 등황색 종소리 울려

풀숲 일렁일 금빛 군무

사정없이 내리 꽂히던 소나기

몰아치던 비바람 소리 껍질에 싣고

천형의 길 걸어온 서툰 걸음

깨어지지도 부서지지도 않는 빛 속에서

가릉빈가의 날개를 꿈꾸며

날마다 길어 올리는 달빛의 노래

*가릉빈가:불경에 나오는 인두조신人頭鳥身의 상상의 새. 히말라야 산에 살고 미묘한 소리를 낸다 함.

김태실-「한국문인」수필 부문 당선 등단,「문파문학」시 부문 당선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가톨릭문인회, 제3회 동남문학상, 제8회 한국문인상, 한국수필 올해의 작가상, 시집 『그가 거기에』, 수필집『이 남자』『그가 말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