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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곤
가로수 사랑
황금빛 물든 가로수, 가을 길은 결실로 살아 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 축제’는 가서 볼 만하다. 만경평야 가을은 가로수 환영식 열고, 가로수 아래 무더기로 손 흔드는 코스모스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철 한자리에서 길을 지키는 가로수가 있어 길은 언제나 정겹게 살아 있다. 홀로 먼 길을 걸어 본 사람은 말없이 정겨운 가로수의 고마움을 한 번쯤은 느껴보았으리라. 봄가을 소풍 길은 가로수 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 자연을 만나는 손짓에 악수하는 추억 안고 있다.
그러나 자주 다니는 강남에 가로수가 빈 곳이 많다. 가로수 없는 대신 빌딩만 돋보인다. 교보사거리에서 고속버스 터미널 쪽으로 한 블록 지나면 kcc 간판이 돋보이는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 주변에서 보행 중에 가로수가 몇 군데나 잘리거나 없어진 흔적이 볼 수 있었다. 또한 사거리에 있는 kcc 빌딩 앞이 문제이다. 1층에 국민은행과 새 자동차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얼핏 보아 13, 14층 빌딩이다. 문제는 사거리 직각부분에 가로수가 전무하다. 연결된 주차타워엔 가로수가 있는데, 유독 kcc 빌딩 전체가 대로변에 가로수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자타간 자랑스럽게 보이는 빌딩일 수 있다.
대부분은 가로수가 건축물(빌딩)을 보호하듯 감싸고 있어 아름답다. 그러나 도시에 어지럽게 걸쳐진 전깃줄이나, 빌딩 외관을 가린다는 이유 등으로 가로수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간판홍보 경쟁 등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이기심이 상식처럼 된 것이다. 이 또한 도시의 경쟁풍토에 그늘진 습성이 이어져 온 셈이다. 하여 최소한의 명분 유지로 살아가는 가로수가 많은 것이다. 각박한 도시의 단면으로 마음이 씁쓸하다. 마치 건축물(빌딩)이 가로수에 선심이라도 쓰는 양상은 부자연스런 풍경이다. 풍성함을 거부당하는 운명처럼 살아가는 도시의 가로수 운명 같이 -
장시간 컴퓨터를 하면 시력저하는 물론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눈이 쉽게 피로를 느끼기 마련이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뻗기도 하며 초록빛 잎사귀를 쳐다보게 된다. 창가의 화초에 시선이 닿으면, 금방 눈의 피로가 가신다. 초록색의 마력 때문이다.
흔히 보는 사진에서도 자연의 품에 도시가 조용히 안겨 있는 풍경은 마음에 평안을 준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아직 미흡함이 많다. 빈약한 가로수는 마치 빌딩에 간신히 속옷만 입힌 것처럼 보인다. 하여 가로수가 없는 건축물(빌딩)은 옷을 벗은 부끄러운 꼴이라 해도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불문하더라도 한 번 떠난 가로수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건축물이야 무슨 죄인가? 다만 빌딩의 명찰이 잘 보인다는 이유로 자랑스레 이마만 번들거리는 것처럼. 옷을 벗은 건물의 저 잘난 모습도 이제는 아닌 것 같다. 빌딩을 가리는 가로수로만 보이던 것을 이제는 친근한 보호수로 느껴져야 할 때이다. 따라서 가로수 없는 건축물(빌딩)의 관련된 자부심을 경청해보자.
‘나 저 건물(빌딩)의 주인인데’
‘저기가 우리 회사 빌딩이지’
‘보이는 간판, 저기 1층에 진열한 새 자동차며 … ’
가로수 없는 건축물(빌딩), 더는 자랑거리가 아니다. 거액의 재산인 빌딩 입주의 축제에 지인들 모여 큰 잔치한 일은 추억에 묻고, 공문서를 통한 통지가 없어도 좋다. 스스로 가로수를 돌려놓자! 어느 공무원보다 앞서,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정서 일부를 잃은 것도 회복해야 한다, 어떤 손길이 앞서든 상관없다. 다시 심고 가꾸어야 할 것이기에, 설사 간판이나 상품이 가로수 숲에 가려진다 해도, 잃는 것 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클 것이다. 시민의 마음에서 살아나는 상표로 함께 빛날 것이다.
공유하는 도시, 메마른 지식으로 문명의 주역이라 착각하는 지식인도 있다. 지식도 권력도 자연과 사람, 그 조화와 균형을 잃으면 지성의 손실로 인하여 행복의 조건을 벗어난 껍질 인생일 뿐이다. 어깨에 계급장 달고 뛰노는 어린아이처럼, 돈놀이, 병정놀이 살림놀이 … 놀이에, 해지는 줄 몰라서는 될 말인가?
자연과 진실을 외면한 지식은, 문명이란 명분으로 또 하나의 공해만 생산하는 것을, 생존의 바탕을 이루는 신비로운 녹색의 자리가 안팎으로 확보되어야 아름다울 것이다.
건강한 도시는 건전한 시민 정신이 발현된 현장이기에, 빈곤에서 벗어나려고 국가산업 발전의 징소리 울려 퍼지는 지난날들이 너무나 바쁘게 지나갔다. 미처 손쓰지 못한 너도나도 간과한 그늘이었다고 이해하자, 이제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정립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기적인 지식이 신선한 산소처럼 제 기능을 회복할 때이며, 세계 속에서 더 높은 지성으로 빛나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시기이다.
푸른 꿈 넘실대는 가을 하늘 아래, 무성한 가로수 나열한 길을 나서보자! 코스모스 반겨주는 손짓과 악수하자. 우주, 질서, 조화라는 의미를 지닌 코스모스, 건강한 가로수 아래서 더욱 아름다운 코스모스 손짓이 그대를 기다릴 것이다.
박주곤- 시인. 수필가. 한국문인, 갯벌문학, 문학에스프리 회원. 시집 『떠나듯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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