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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특선/허문태/공백기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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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1,876회 작성일 15-07-07 11:01

본문

허문태

공백기 외 4

 

 

꽃잎이 경계다.

꽃잎이 피어나고 꽃잎이 지는 동안

 

태양은 아무 일 없이 흔들리는 이파리를 비추다 기울고

꿀벌이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일상은 편안하다.

 

별들의 운행을 따라 홀로 떠나는 여행

여름을 소진하며 피어나는 박꽃에 달이 뜬다.

겨울 빈 들판에서도 바람은 눈을 뜬다.

 

폭포로 가라

목숨을 내던지고 뛰어내려

한 장 꽃잎의 무게로 내려앉는 자유

 

꽃잎이 피어나고 꽃잎이 지는 동안

꽃잎의 위장이 섬뜩하다.

 

 

 

 

고사목

 

 

다 생략하고

어려운 상징만 남았다.

 

침묵 아니다 무념이다

수 만 가지 아니다 하나다.

 

죽을 때까지 사는 것이 아니다.

죽어야 사는 것이다.

 

하늘로 향한 가지 끝에

아침 햇살 설핏 지난다.

 

 

 

 

채송화

 

 

단독주택 골목길을 몇 번 돌아들어 햇살 좋은 담장 밑

아이들 웃음소리를 꿈꾸나?

노인 서너 명이 쭈그리고 앉아

골목 끝을 기웃거리고 있다.

 

 

 

 

개망초

 

 

긴 장마가 들면

무너진 토담을 지나

에베미 들판에서 백령산 자칫골까지

마냥 히죽이죽 헤매던

고모야

문내실 고모야

 

그 해,

유월 지나 칠월인가 팔월인가

온 산하에 콩 볶듯 총소리에 놀라

하얗게 정신을 놓아버린

눈 맑은 고모야

막내 고모야

 

 

 

 

불가마

 

 

!

숨이 멎었다.

 

그 누나의 꽃무늬 팬티

반닫이 맨 밑 서랍에 단정히 접혀 있었다.

친구 몰래 책가방에 숨겨 왔다.

비 오듯 땀이 흘렀다.

 

땀방울이 온 몸을 적시도록 살고 싶었다.

촘촘히 희망을 담는 곡식들처럼

뜨거운 벌판을 가로 질러 달리고 싶었다.

, 미친바람이 되어

겨울 강 어둠 속에서 홀로 헤매었던가?

 

제 스스로 뜨거워 질 수 만 있다면

제 스스로 뜨거워 질 수 만 있다면

      

저물 녘,

문득, 다시 그녀 앞에 앉는다.

! 숨이 멎는다.

진땀이 뚝뚝 떨어진다.

 

 

 

 

시작메모

헤매다가 만나는 박하사탕

    

 

헤매고 있을 때는 헤매고 있는 것을 모른다.

헤매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느 날 문득,

헤맸다고 생각하는 순간 헤매는 것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다.

 

그때.

머릿속에 박하사탕처럼 퍼지는 화한 청량함과 환해지는 세상을 문득 본다.

 

참으로 많이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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