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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이상호/장단⋅5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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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장단⋅5 외 1편
또 고양이들이 모여든다 어슬렁어슬렁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자 뒷짐을 진 듯 어슬렁어슬렁 아파트 주차장 한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천지사방 신나게 노닐다가 허기진 듯 돌아와 예의 플라스틱 그릇에 누군가 놓고 간 먹이를 허겁지겁 핥아댄다 코를 박고 핥아대면서도 또 연신 두리번두리번 주위 살피기는 잊지 않는다 누군가 친절하게 도둑고양이에서 길고양이로 이름을 바꾸어 주었지만 제 땀이 묻지 않았음을 아는 듯 맘 편히 먹지 못한다 누군가 괜찮다 괜찮다 손을 내밀면 막 달아나는 시늉을 하다가도 모른 척 돌아서면 이내 다시 모여드는 길고양이들, 집고양이와 도둑고양이 사이에서 오늘도 두리번두리번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사랑만 하고 결혼은 하기 싫은
신식 아이들처럼
진짜 바보
화백 운보는 말년에 바보산수를 그려
마침내 사람이 가야 할
한 길을 보여주었고
성직자 김 추기경은 바보 자화상을 그려
세상만사 깨끗이 놓아 버린 이의
진짜 무심상을 보여주었다
자칭 타칭 바보라 불린 어떤 정치인은
정말 바보같이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낭떠러지에 내동댕이쳐 박살내버렸지만
보고도 안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뒤집힌 세상에서 덩달아 뒤집혀 사는
길 찾겠다고 길길이 날뛰는 같잖은 나
이상호- 1982년 심상 으로 등단. 시집 금환식, 그림자도 버리고, 시간의 자궁 속, 그리운 아버지, 웅덩이를 파다, 아니에요 아버지, 휘발성. 대한민국문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문학상 수상. 현재 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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