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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장종권/공포의 정체·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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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공포의 정체·1 외 1편
변기에 앉아 변의 줄기를 가늠한다.
강골이던 사촌이 대장에 문제가 생기자
맥없이 무너졌다.
이까짓것 하고 버텼지만 소용이 없었다.
선배 시인 한 분도 변 줄기가 수상해
병원을 찾았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변의 줄기가, 변의 굵기가,
이제 시보다 중요하다.
명예보다, 돈보다, 더 중요하다.
변기에 앉으면 세상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시원하게 변을 보는 일만이
사는 일이다.
공포의 정체·2
넣었느냐 안 넣었느냐가 핵심인 세상이야.
뺐느냐 안 뺐느냐는 관심이 없어.
넣었다 빼면 아무 것도 아닌데 넣은 것은 문제라고 야단이야.
넣었으면 어쨌거나 빠지는 것이니 그렇기도 해.
넣으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 아니냐, 쥐 잡듯이 잡아.
쥐를 잡을 땐 대개 마구 패지. 쥐로 태어나면 안돼.
넣었으면 넣었다고 말을 하래. 개 패듯이 패.
개를 잡을 때에도 매달아놓고 패지. 개로도 태어나면 안 돼.
아무 때나 넣는 걸 즐기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게 아니야.
때와 장소가 문제인 거야. 아니면 관계가 문제라는데.
세상이 변하면서 이 관계라는 놈도 제 정신은 아니지.
도대체 정신 차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교과서가 사이버 공간으로 사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궁금해 해보세요. 돈 내는 일 아니니까.
사이버 공간을 날아다니는 것은 환상적인 일이지요.
우주의 온갖 신비로운 먼지야 금덩어리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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