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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장순금/단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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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금
단추 외 1편
아침,
작은 구멍에 밥알을 밀어 넣으며 오늘을 출구로 내보낸다
출구를 통과해
세상으로 나온 밥알은 하루의 컨베어벨트에 올려진다
맞닥뜨리는 문과 문의 높이 앞에서
정확히 들어맞는 숫자와 문자와 기호들이 문서철에 끼워져
좌뇌의 책상위에 두 손으로 올려지고
돌아서 우뇌의 벽에 쪼그리고 앉아 금지된 흡연을 하는
키 작은 것들
매달린 것들
날마다 흔들리는 것들
생의 첫 단추는 어디였던가,
폭우에도 빠져나오기 힘든 단추 구멍 같은 뜨거운 목구멍
그 좁은 구멍을 포복해 통과하느라
날마다 회오리에 퍼렇게 휘둘리며
목구멍을 밝히는 밥알들
그,
첫 단추를
오늘은 풀어헤치고
둥근 허공에 몸 기대 목구멍도 풀어놓고
악수
맹물 같은 음성으로 내미는 손에 약수를 한다
손바닥과 손등이 서로 다른 얼굴로
친애하는 이무기여, 안녕하세요?
측면으로 전해오는 비릿한 감각의 촉수에
악력握力의 온기를 조심하셔요
손바닥 깊은 뼈 속에 잠복한 침묵의 자객 같은 미소를
뜨거운 말은 몸 갈피에 집어넣고
둥글게 무늬로 웃는 발밑을 조심하셔요
입술이 맹물처럼 웃는 동안
공회전하는 손바닥 안에서 홀연히
나비 한 마리 무심한 듯, 왼손의 등을 타고 날아
안녕의 무게를 날개에 얹어 본다
눈 맞추는 인사는 천천히 택배로 보내세요
손바닥 간질이는 은유는 아직 일러요
온기 빠져나간 자리
모래바람 뿌옇게 부유하는 저녁
악수를 청하는 내일에게
안녕하세요?
장순금- 1985년《심상》으로 등단. 시집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햇빛 비타민』 등 6권 상재. 동국문학상, 한국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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