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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박완호/시집 후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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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
시집 후기 외 1편
시집을 낼 때마다 꼬박꼬박
축하한다는 말을 잊지 않던 그가
내 것은 고사하고 지금껏
시집 한 권 사 읽은 적 없다는 걸
알게 된 날
술 한 잔 하자는 그를
애써 거절해버린 나를
서둘러 용서했다는 걸
오늘에서야 털어놓는
이런 아픈 날,
부디 용서하지 마시압!
그네
그네는 한쪽 허공에 못박혀있다 붉은 시간이
세월을 몰고 가다 멈칫하는 동안
살짝 방향을 트는 것처럼 보였지만, 눈가림일 뿐
계속 오른쪽으로 가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왼쪽의 누군가가 저를 밀어줘야 하지만
한사코 거부하면서, 더 오른쪽의 누군가가 자기를 당겨주기만을 기다리는 그네의
빳빳한 모가지가 한쪽으로 고집스럽게 꺾어질 때
좌우 없는 하늘 낯빛이 불현듯 우울해진다
박완호- 충북 진천 출생.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 안의 흔들림』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아내의 문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너무 많은 당신』 등. 제2회 〈김춘수시문학상〉(2011) 수상. 시인축구단 〈글발〉 및 〈서쪽〉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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