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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최향란/돌나비 화석 앞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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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란
돌나비 화석 앞에서
그 후로 몇 만년의 날이 지났는지 몰랐다. 접혀있는 날개. 몸이 마르기 전에 그렇게 한 때는날아올라 향기로운 페르몬 찾던 자유로운 비행의 기억, 어쩌면 알고 있었냐 너에게 묻는다. 너를 그늘에 묻고 입맛은 햇빛에 묻었던 걸까. 웅크렸던 식욕 앞에 수국, 분꽃, 해바라기, 배롱꽃, 맨드라미, 능소화, 아아, 진수성찬으로 풀어 놓았다. 굳은 근육 활발하게 움직이고 너를 기억해내니 배가 고프다. 미안하다. 여름 꽃 박혀있는 밖, 참을 수 없다
석류
한 바구니 가득한 잘 익은 석류를 본다. 붉은 틈으로 하얀 시절이 정박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아요.
이별 후 오래도록 내 안에 존재하지 않은
그 날 피었던 어머니의 꽃 허물어 깊은 협곡을 만들었지요
서로를 밀어내는 게 운명인체
그 만큼 더 멀어진 남겨진 사람들
미련한 시간아, 어서 빨리 지나가라고
기도한 몇몇 밤 설마 없었겠습니까?
가슴 후벼 파는 말 서로 직접 한 적은 없지만
생각의 말이란 입 밖에 내뱉지 않아도 상처에 덧을 냅니다
그냥 살짝 벌렸을 뿐인데
아이고, 눈물의 별이 쏟아지네요
놀라 서둘러 허우적허우적 쓸었는데
마른 손 마디마디 손톱 끝까지 선홍빛 눈물이 고였어요
당신은 정말 저 나무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요?
놓쳤던 시간도 내 몫이라고 한 알 한 알 죄다 씹어 먹는데
자꾸만 눈물이 주렁주렁 핍니다
눈물도 아껴야할 때 있다지만 울지 않아 공포스럽던 순간을 보낸다. 오늘은 아버지의 가을을 받았다.
최향란-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밖엔 비, 안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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