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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김정희/잠들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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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1,914회 작성일 15-07-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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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잠들다 외 1

 

 

빗장을 걸고, 죽음의 방문을 여는 시간

밤 열한 시

눈을 감은 채 벽을 더듬다

 

노래를 불러 줘

휘파람을 불어 줘

온 종일 내 멱살을 쥐고 흔들던

오랜 나의 형제

비로 얼룩진 벽을 타고

세월을 덮은 거미와 같이

어두운 너에게 내 온 몸을 맡기마

 

밤 열한 시의 옆구리에 구멍을 뚫고

어둠을 먹는 거미

걸어서는 갈 수 없는

온전한 나의 나라

 

 

 

 

수세미

 

 

사십 넘은 총각에게 시집 온 베트남 꽃처녀 밤낮 먹은 것 없이 토하고 또 토하고 길가 집 추녀 끝에 뒤늦은 수세미 찰랑찰랑 매달린 것 보고는 늙은 신랑 옆구리 대구 찔렀네 눈치도 없고 코치는 더욱 없는 늙은 신랑이 수세미 좀 주었으면 하는 말이 목구멍도 통과 못하고 쭈글쭈글 비죽비죽 수세미 속은 멀쩡한데 늙은 신랑 속이 늙었구나 수세미 들고는 요리보고 조리보고 남쪽나라 우리 색시는 입맛도 희한하네 수세미 어린놈을 어떻게 드실는지 내사 생각만 해도 속이 지리구만 보름달이 들판에서 익어가는 추석날에 고기며 전이며 한 상 가득해도 먼 산 바라보며 훌쩍이는 여리고도 고운 내 색시야 밤이야 대추야 지천인 것 다 두고 수세미 수세미가 어쩐 일이냐 허리춤에 수세미 차고 너풀너풀 늙은 신랑 날아간다 늙은 신랑 늙은 가슴에 고운 색시 보듬고서 폴짝폴짝 뛰어간다.

 

김정희- 2009조선문학으로 등단. 2010무등일보신춘문예 소설 당선. 원주문학상 수상(소설). 전자책 장편소설 햇빛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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