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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설태수/우리들의 샹그릴라·125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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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설태수/우리들의 샹그릴라·125 외 1편
설태수
우리들의 샹그릴라·125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럴 만하다.*
나무 돌들 각각 한 자리에 있는 것은
그 자리의 끝이 영 안 보이는 모양.
똑같은 자리여도 무궁무진한가 봐.
도통 지루할 겨를이 없는가 봐.
하긴, 같은 바람 없고
같은 이슬, 같은 해 달 별빛 없어
한눈 팔 필요 전혀 없겠네.
순간순간이 極 極 極
극진極盡이 따로 없겠네.
하품 나고 심심할 때
술 마시거나 눈물 흐를 때에도 그렇겠네.
탈출할 데가 없을 것 같네.
* Whatever is is right. (Alexander Pope: 영국 시인, 1688-1744).
우리들의 샹그릴라·132
가장자리부터 얼기 시작하던 저수지.
지름 4m 원 정도만 살얼음으로 남아있다.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물오리들.
결빙력은 그들을 날아오르게 할 것이다.
대기를 뚫고 나갈 힘이 된다.
20 세기를 조각했다는 헨리 무어*.
그의 다수 작품에 뚫려있는 큼직한 구멍.
돌, 강철이 숨 쉬고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대놓고 크게 숨 쉬도록 뚫어버린 것.
그 작품들은 얼마나 시원해 할까.
떠난 그가 여전히 숨 쉬고 있음을
작품들이 보여준다. 생사를 관통한 것이
숨구멍이란 것을.
수 천 년 갈지 모른다, 무어의 숨결이.
* Henry Moore(1898-1986, 영국 조각가).
*설태수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금빛 샌드위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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