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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김왕노/꽃잎의 노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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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김왕노/꽃잎의 노래 외 1편
김왕노
꽃잎의 노래
허공은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어떤 채로 낚아챌 수 없는 분분이 휘날리는
살아있는 꽃잎, 꽃잎, 꽃잎들
누가 생혈처럼 뿜어 올렸다가 허공을 얻어
끝없이 폭죽으로 펑 펑 펑 터지는 그리움이다.
얼마나 하공으로 쏘아올리고 갈채를 보내고 싶던 그리움이더냐.
얼마나 하늘 깊은 곳에 붉은 낙인을 콱콱 찍고 싶던 그리움이더냐.
폭죽으로 터져 불구의 그리움을 대리하는 파편 같은 그리움이다.
누가 말릴 수 있으랴. 벌써 그리움이 꽃잎으로 장악한 허공인데
허공을 내어주고 멀리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허공에서 밀려나 먼 숲에 가 허무를 쪼아대는 새의 부리
그들의 하루는 비참하고 우리는 꽃의 제전에 몰려들었다.
숨겨둔 그리움을 모처럼 꽃잎으로
팡파르를 울린다고 숨이 차다. 까마득한 그리움이 가파르다.
검은 물과 황병승
방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검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네.
여장남자 시코쿠도 육체쇼와 전집 트랙과 별도 그를 꽃잎처럼
검은 물 위로 떠오르는 부력이 되지 못했네.
연립주택 위로 떠오른 별에서 들려오던 검은 장송곡
조등처럼 환히 슬픔을 켜든 골목의 능소화
조문 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달빛의 인기척
내가 오랫동안 바라보며 오래 기억했던 그의 시편들이 촛불로
하나 둘 피어나 검은 물을 밝히지도 못하고 그는 가라앉았네.
가라앉을수록 더 생생하게 살아나는 가면 같이 눈부신 그의 얼굴
*김왕노 1992년 〈매일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 『리아스식 사랑 』,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외. 한국해양문학대상, 박인환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디카시 작품상, 수원문학대상, 한성기 문학상, 2018년 올해의 좋은 시상 수상. 축구단 말발 단장, 한국 디카시 상임이사, 현재 문학잡지《수원문학》, 《시와 경계》 주간. 한국시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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