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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배준석/골목추어탕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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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배준석/골목추어탕 외 1편
배준석
골목추어탕
요리조리 돌고 돌아 찾아가면
골목 추어탕집 앞 화초 이파리들이
바람에 꿈틀꿈틀 유영합니다
바람 사이로 빠져나간 기운을
다시 붙잡아 두려는 마음으로
샤시문을 열면 미끌미끌
나이부터 헤아리게 되는 몸뚱이들이
이마마다 번질번질 땀방울 미끄러집니다
가을 햇살 화살처럼 따갑게 내리꽂는데
한 마리 두 마리 통추어탕 속 미꾸라지들이
식당 안에서 번들거리며
육십, 칠십… 나이 속을 떠다닙니다
짧은 가을날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아직 남은 뜨거운 국물 후후 마시며
뜨겁던 시절 이야기를 꺼내 놓습니다
요리조리 빠져 달아나는 젊음을
결국 다 놓치고 나서야
이마를 닦습니다
남아있는 호기 몇 마리 샤시문 열고
미끌, 골목길로 빠져 나갑니다
은행나무 똥
고향 뒷산 은행나무
아침 산책길에 보니
노란 똥을 한 무더기 싸 놓았다
맑은 바람 먹고 살아서
소화도 잘된 것 같다
안양1번가 은행나무
저녁 퇴근길에 보니
푸르죽죽 똥 한 바가지 싸 놓았다
매연 중금속 먹고 살아서
설사를 했나 보다
*배준석 1993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발간 점무늬 넥타이』, 『접신』 외. 수필집 『구름을 두드리다』외. 현재 《문학이후》 주간. 한국문학비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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