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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윤종대/천화遷化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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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대
천화遷化 외 1편
딱새가 나뭇가지 위에서 지껄이다가
날아가면서 지껄이다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다가 사라진다.
앉았던 자리에 지껄임이 남아
곱게 흔들린다.
나도 때가 되었다.
귀가 있음에도 귀가 필요 없게 되어
혼자서 지껄인다.
혼자서 지껄이는 것들끼리 모여 있는 곳으로
조용히 지껄이며 간다.
딱하게도 남아 있는 무리를 떠나
딱하다는 눈짓을 뒤로 한 채 간다.
알 수 없는 소리를 느끼러
혼자서 지껄이는 무리 속으로 간다.
언제나 이사 가기 참 좋은 날.
굴착기
아름드리 큰 소나무로 살아남은
옛 무덤의 흙더미를 밀어버릴 거다.
둥근 알 껍질도 예쁘지만
터져 부서져버린 알 껍질보다는
커다랗게 자라 하늘로 굽어 오른 소나무가 보기 좋으니.
살이 어떻고 뼈가 어떻고
사라진 흔적마저 사라지는 것이
차라리 소나무를 더욱 힘차게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물어볼 것이다.
너의 살은 무엇이며 너의 뼈는 무엇이냐고
물음이 다 할 때까지 물어보아
물음의 흔적이 사라질 때까지.
아마도 찬란한 햇살에 솔잎들이
암기처럼 빛날 것이다.
윤종대-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소금은 바다로 가고싶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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