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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평

가난한 사람들 외 1편

어머니, 빈민가의 저녁 골목을 지날 때

밥그릇에 수저 부딪는 소리가 들렸어요.

삶의 안타까움이 담긴 밥그릇.

순명으로 오르내리는 수저.

가난한 꿈을 일깨우는 소리들이

침묵을 깨고 반주의 단음처럼 들렸어요.

어머니, 가난한 아낙들이 가파른 길을 올랐어요.

저녁마다 오르는 고뇌는 낮아지지 않았어요.

세상에게 끊임없이 견뎌주는 걸음.

생애의 아픔들을 말없이 받아주는 숨결.

골목에서 아이들이 민들레꽃처럼 피어났어요.

간간히 천사들의 옷깃 스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가난한 영가

어머니, 심성의 아름다움은

가난 속에 있어요.

가난은 눈물겹도록 진실해요.

가난을 견디는 모습 겸손하여

가까이 다가설 수 없고,

가난으로 버티는 목숨 경건하여

함부로 대할 수가 없어요.

어머니, 가난한 마음에서

찬미의 영가가 흘러 나와요.

가난한 영혼의 가슴 속에서

아름답고 진실한 선율이

눈물의 심금을 타고 나와요.

이인평- 1993년 ≪조선문학≫으로 등단. 2000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길에 쌓이는 시간들, 가난한 사랑, 명인별곡 등. 국제펜클럽, 한국시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회, 한국인물전기학회 회원. 현 공간시낭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