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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윤준경/백련사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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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경
백련사에서 외 1편
추억에 이끌려 왔네
복사꽃 돌림병처럼 번지고
속세의 입맞춤을 모르는 붉은 동백과
간지럼나무 휘영청
꽃자리 펴 놓았네
수련 잎 가득 덮인 물웅덩이
풀밭인 줄 알고 발 디뎠으니
어느새 나도 성자가 되려나
동박새 둥지에 알을 품고
길은 굽이굽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뉘라서 알리오 그대와 내가
저 멀리서 슬픈 연민 품고 있을 줄“*
시름을 내려놓으려다
몸을 내려놓고
약천의 노을로 목을 적시니
이것이 돈오! 인가 문득,
다산의 여인이 길을 일러주네
*아암 혜장스님이 다산 정약용과의 만남을 기뻐하여 쓴 싯귀
비만잉어
김시인을 만나러 남원 광한루에 갔는데 한여름 춘향과 이도령이 고기밥을 팔고 있는데 오작교를 건너며 이시인이 고기밥을 던지자 우루루 솨아솨 고기들이 모여드는데, 떡 벌린 아가미에 호령이라도 칠 것 같은 긴 수염, 북처럼 부푼 배에 툭툭 물살을 쳐가며 밥 안주면 너라도 잡아먹겠다는 듯 사람의 발길을 따라오는 비단잉어 떼, 제 몸조차 가누기 힘든 비만,
먹이를 향해 부릅뜬 잉어의 눈 속으로 들어가 그의 전생을 반추하며, 너는 고고한 윤尹가의 조상이라고 인간의 얕은꾀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그들이 던지는 것은 너를 위한 먹이가 아니라 너의 신성한 유전자를 파괴하여 남의 것을 탐하는 게으르고 천박한 성품으로 바꾸어놓으려는 것이니 부디 함부로 받아먹지 말고 네 스스로 플랑크톤이나 미꾸라지를 잡아먹어야 한다고 안타까이 타이르며 돌아오는 길,
남원별미 추어탕집 중에서도 특별하다는 춘향집에서 덤으로 나온 추어탕 한 그릇,
비만의 경고를 무시한 채 자꾸 수저가 꽂힌다
윤준경-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1995년 ≪교자문원≫으로 추천완료. 시집 새의 습성 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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