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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송진/피조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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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피조개 외 1편
철조망과 기관총, 병뚜껑에 둘러싸여
비닐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어
카스타드 노란 구멍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어
빨간 일출의 콧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은 적이 있어
친구의 아픔을 모른 척 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입니다
웃기는 개소리
청개구리들을 공범으로 몰고 있어
올가미를 씌우고 있어
죄의 바다로 내몰고 있어
피조개나 주우라 그래
입 안 가득 피를 물고
파처럼 흐트러진 머리카락으로 너의 혀를 깨물었지
잡아봐
잡아봐
유치한 술래잡기는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막을 내리지 못하고
나의 혀를 깨물어봐
땅바닥에 쏟아진 피범벅 조개를 들고
혀를 깨물어보지만
눈송이처럼 사라지는 혀들
따뜻해…
따뜻해…
최면을 걸어보지만
미쳤니?
차가운 건 차가운 거지
포크레인도
장원빌딩도
받침대도
철조망도
기관총도
털모자도 모두 혀인걸
혀는 혀에 자고 혀를 먹고 혀에 취해
혀의 허리를 껴안고 혀에 혀를 집어넣고
혀와 와인을 혀와 대마초를
혀와 시시해지고 혀와 대담해지고
혀와 기차를 타고 혀와 기차를 내리고
혀와 마일리지 적립하고 혀와 카톡하고
혀와 신발 신고 혀와 신발 벗고
혀와 혀의 인절미를 나눠먹는다
( 뜨겁게 혹은 차갑게 혹은 미지근하게)
봄은 이렇게 오더이다
글을 못 써서 병든 악사처럼
악기를 연주 못해 실성한 작가처럼
횡설수설
설수설횡
왼손 마스크로 자신의 입술을 가두고
오른손 식칼로 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며
설겅설겅
겅설겅설
이 소리가 듣기 좋다면
동박새 너도 오라
핏물 뚝뚝 떨어지는
허벅지 한 사발
산수유 혀 끝에 물고 혹은 묻고
개구리 지나간 자리
곰 발바닥 피비린내 웅덩이로 오기 전에
송 진- 부산 출생. 1999년『다층』제 1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지옥에 다녀오다』,『나만 몰랐나봐』,『시체 분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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