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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지연경/연못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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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경
연못 외 1편
내 안에 못이 있어
그 안에 물이 다 마를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그는
이미 말라가는 나를 찾지 않았어
내 안의 물을 먹어야 사는 게 숙명이라던 그 말조차 들은 지 오래.
내 안에 못이 있어
고기도 살고 꽃도 피고 몇 권의 책들도 있고 친구도 찾아오는데
내 안의 못 속은 얼마나 깊을 수 있을까
가끔 출렁이는 물살은
원망하다 미워하다 지쳐 가는 것.
내 안에 못이 있어
호탄의 사막에도, 아마존 건기에도 남극의 빙하가 녹아가도
물을 주고, 먹이를 던지고, 알을 낳아야 하고
지독한 사랑도 꿈꾸는 거지
연꽃 만개하는 날 머 지 않았어.
찢어진 달력
갓바위 부처가 실린 내방 달력
3월이 넘어 갈 무렵 4월까지 찢어 버렸다
5월이 시작되는 오늘,
4월이 비었음을 보았다
어디로 빠져 나갔나 나의 한달
너는, 4월에 매실나무를 4그루 심고, 친구와 순두부집에도 가고, 한식 성묘도 하고, 조수미공연도 보고, 2시간 넘게 창덕궁 후원도 다녀왔지.
진도 바다 수많은 목숨까지 삼킨 내방 달력
4월을 뻘 속에 쳐 박은.
지연경- 2000년 《자유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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