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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조상준/아이와 밥을 먹으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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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준
아이와 밥을 먹으며 외 1편
일곱 살 녀석이 밥을 먹지 않겠다고 숟가락을 놓는다
차마 웃을 수 없었다
내 아버지는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동생둘과 작은 아버지댁 군식구가 되었다 아버지는 숟가락 세 개만 더 놓으면 될거라고 생각하셨는데, 작은 할머니께서는 숟가락 세 개를 더 놓아야 한다며
아버지의 밥공기 안에 작은 사발을 받쳐 그 위로 밥을 쌓았다
어눌한 숟가락질이 부산해도 눈치가 보였는지 내 아버지 숟가락만은 엇박자였다
아버지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그 밥을 동생들에게 주며 먹는 숟가락질이었다
일곱 살 녀석을 보며 난 어떤 말도 하지 못한다
지리산 큰산 꼬리풀
의연하게 곧추세운 허리 위로
여리디 여린 꽃들이
여름 하늘빛 옷을 입고 있다
세상살이 가늘고 가는 우리네 한숨을
시원한 바다빛으로 품고
짙은 눈물방울로
새벽 산자락 끝에 자글자글 맺혀 있다
조상준- 2002년 《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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