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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주명숙/신 처용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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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숙
신 처용가 외 1편
별을 따 주라는 것도 아니고
달을 따 주라는 것도 아니고
남편 하나 더 가지겠다는 것 뿐.
아내가 결혼했다
공동구역에서의 동거
불안한 것 보단 불편한 게 낫지
요즘 공동체가 대세라는데
쿨 하게 화끈하게
가족 계보에 등재하는 거야
그렇다고 해봐야 서열은 따 놓은 당상
나 아직 살아있어
세월은 나열된 숫자 일 뿐이고
그 숫자에 걸터앉아
언젠가는 다시 걸려들 세월을 엮을 테니까.
내 아내가 결혼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의 서열 1위 첫 번째 남편이다
누구세요?
주방에서 찌개 간을 맞추며
현관문 앞의 정황을 얼추 맞춤한다
삐삐삐삐
경계를 헐기 위한 소리가
또 하나의 경계로 건너온다
친절한 자동키!
육중한 철문을 숫자 몇 개로 압축하고
사람의 말을 암호화 시켜버린다
기계와 사람의 암묵적 동질감이 주는
생략된 화법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알려주는 친절한 자막
보이지 않는 대상을 단번에
커밍아웃 시킨다
통과의례 같은 빗장이라도
가끔은 시치미도 뚝 떼고 싶을 터,
낯선 기다림에 은근슬쩍 눈길 주지만
수신음과 동시에 창에서 지워지는
생락된 화법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바깥을 향해 묵념!
주명숙- 2005년 계간지 <문학춘추>등단.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당선 (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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