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신작시/이태진/눈이 와도 좋은 밤에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이태진
눈이 와도 좋은 밤에 외 1편
눈은 밤새 내리었다
아침에 두통이 심하여
오후에 커피 한 잔 마시고
다 헤아리지 못한 눈들이 쌓이는 걸 보았어
지독하게 추운 바람에
따뜻했던 너의 미소가 생각났지
지금도 그대로일까 기대 반 설렘 반
성탄절의 분위기는
눈에 쌓여 버렸어
선물을 준비할까 하다가
숨겨둔 마음이 들킬까봐
새해 소망으로 남겨 두었어
꼬까신 노래와 고무줄 놀이
잘라버린 고무줄에
한동안 토라져 말도 안하던
오래도록 잊고 지낸 표정들
수학여행 앨범에 남아 있다
보고 싶을 때 눈이 왔으면 좋겠어
펑펑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가도가도 갈 수 없게
머나먼 마다카스 섬에
편지를 보내는 심정으로
그리움만 쌓일 수 있게
죽기 하루 전 답장을 받고
백년 이상 살았으면
살구나무집
살구나무가 슬금슬금
푸른 가지를 내밀고
하얀 집을 지었다
살구나무 살구나무
목탁 소리 들리면
툭하고 열리는
살구꽃
하얀 오색
등불을 밝히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기쁨
나무도 아름다운
집을 짓고 열매를 맺는구나
이태진- 1972년 경상북도 성주에서 태어나 2007년 계간 『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09년 시집 『여기 내가 있는 곳에서』, 공저 『인생의 받침돌이 되어줄 UCC 마음사전 2g』, 2013년 『슈즈를 타고』 등이 있다. 〈제11회 대전예술신인상〉, 〈제42회 인터넷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대전문학토론회, 대전인문공동체 대표, 공연 공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 이전글신작시/장재원/로큰롤 아암도 외 1편 15.07.06
- 다음글신작시/김수자/못 생겼다는 이 말 외 1편 15.07.0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