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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장재원/로큰롤 아암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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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원
로큰롤 아암도* 외 1편
아침 햇살이 물비늘을 간질이는
그 눈부신 반짝임 속에
망망히 펼쳐진 난바다로부터
조수가 클래식풍으로 고요히 물밀어오면
상아 둔덕 위로 왈츠를 추며 불어오는 해풍에
삽상한 솔숲은 머리칼을 말리며
차오르는 갯벌 속 소라들도
향긋한 입을 열었지
사람들이 종일 가득 캔 만나 바구니로
피곤에 족한 몸을 이끌고 보람스레
황혼 지는 갯벌 사막에서 흥겨운 민요로 돌아올 때면
보랏빛 물든 먼 섬들은 안개에 엷고
물새가 깃드는 숨 쉬는 늪을 지나
발라드풍의 저녁연기 오르는 동춘동 마을 어귀로
출애굽의 메추라기 떼들도 긴 행렬을 이루었지
그러나 이제는 송도 유원지와 육지로 이어져
구슬픈 트롯트로 떠나간 동막 어촌 아낙들처럼
잊혀진 아암도
해마다 팔월이면 로큰롤만의 상설 무대가 되어
해안도로를 가로질러온 팝콘 같은 청춘들이
찢어지는 락 페스티벌로 열광의 밤을 지새운다
*아암도:지금은 육지가 된 인천 송도의 옛 섬. 일명 똥섬
말랑말랑한 독
간밤 첫 서리에 퇴출된 낙엽들이
길가 배수구 위로 마구 떨어져 쌓인 간석 오거리
다섯 마리 긴 뱀의 대가리가 한 곳에서 얽히고설킨 가운데
두 운전자가 네가 비키라며 차에서 내려 드잡이하고 있다
잔뜩 발기된 다른 독들은 사방에서 짖어대고
땡감처럼 딱딱해진 독기는 기어이 발목을 묶는 사슬이 되고 말았다
동시, 빈 내 조수석 쪽 차도 옆 보도에서는
아직 사슬을 모르는 어린 강아지 두 마리가
치킨 조각을 사이에 두고 재밌게 가댁질하고 있다
투명을 통과한 햇빛이 눈부신 평화 백신을 접종한 화사한 아침
놀이하듯 말랑말랑한 독을 물고
잽싸게 도망가던 놈이 휙 유턴도 하고,
뒤쫓던 놈은 잠시 딴전도 부리고,
다시 물고 물리다가 어느 놈인지 모를 목구멍으로
꿀꺽 골인되었다
어쩔 수 없이 임시 자동차전용극장의 관객이 되어
멀뚱히 지켜보던 내 안의 딱딱한 독들도
주연보다 나은 천진한 조연들의 막간 연기로
시나브로 조금은 말랑해진 월요일 아침이다
장재원-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왕버들나무,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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