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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황옥경/방법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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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옥경
방법론 외 1편
본디 우주의 아지랑이였던 생각이 꽃이 되고, 물이 되고, 별이 되는 마법이
오늘 내 손끝에서 일어났다
때로 몸이 나보다 먼저 나를 말하듯
자행자지로 움직이는 손끝에서
생각은 문득,
만물로 태어났다
무작정 써내려가다 만난
손끝의 빅뱅,
만물이 된 내가 홀연히 불려나오는 신비,
없는 것이 있는 것이 되는
천지창조의 시간
생각하려는 나를 마음속에서 지우자
먼 우주로부터 달려와 손끝에서 술술 풀려나오는,
생각은
본디 내 안의 것이 아니었다.
조문弔問
차가운 국화 한 송이를 두 손으로 받았다
꽃잎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하얀 꽃
그대를 안 듯
단단하게 굳은 꽃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명치에 닿은 꽃의 정수리에서 올라오는 초록잎의 향기가
풋풋해서
너무도 풋풋해서 가슴이 먹먹했다
영정 속 웃음꽃 환하게 피운,
젊음의 향기를 뿜어내기도 전에
죽음의 바다에 갇혀버린 그대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데
누군가의 애끓는 울음에
환청인 듯 들려오는 간절한 그대 목소리,
잇사이로 빠져나오는 속울음조차 미안해서
나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황옥경- 2012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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