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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이세진/여름밤 고향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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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456회 작성일 15-07-06 12:01

본문

이세진

여름밤 고향에서 외 1

 

 

오랜만에 찾은 고향

보름달 멍석 삼아 마당에 깔아 놓고

누워 보는 밤하늘 갱죽 그릇 같다

듬성듬성 별이 쌀알처럼 떠오르는 하늘

가난은 나라도 못 살리던 시절

참꽃 따 먹고 찔레순 꺾어 먹던 날

어머니가 끓이시던 멀건 갱숙 솥

몇 개의 쌀알 곤두박질할 때

반죽이 잘 된 밀가루 주물러

일하시던 손으로 떼어 넎던 수제비

오늘 내가 누워 내려보는 밤하늘 흰 구름 같다 

깊이 알 수 없는

깊고 깊은 어머니 나라

오랜만에 찾은 고향

어렵던 시절 잊지 말라고

사기그릇 같은 밤하늘 쌀알 같은 별 둥둥 띄우고

손 수제비 같은 흰 구름 띄우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 먼날 생각하며

게걸스럽게 마음으로 퍼먹는 죽그릇 속

떠다니는 둥근 멍석 하나

 

 

 

 

여행 준비

 


언젠가

초대장 같은 기별 올 것인데

진작 여행 준비 해야겠다

작심하면 언제든 다녀 올꺼라 생각하지만

막상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눌러 앉아야 할 곳

날마다 기다리지도 않았지만

진작 별볼일 없는 살림

하루 하루 제삿 날 물리듯 미루어 왔으니

이제 여행 준비 기별 없어도 내려야 할 결단

미련도 후회도 없는 이승

긴 첫 울음 남겨 두고

무겁잖은 눈꺼풀 당겨 놓으면 그만인 나

새처럼 겨드랑이 아래 펼치고 접을 수 있는

날개라도 돋을 줄 알았는데

헛된 망상이었다

무겁지 않은 눈거풀 당긴다

풍선처럼 몸이 부풀어 오를 때 누군가 손 흔들어 주는데

얼굴이 낯설지 않다

기별 아닌 어느 우주의 별 전갈자리라 할 때

잠시 잊은 생각이 난다

차로 금방 도착할 곳

가보고 싶었던 고향 산천 아버지 무덤

조금 늦을 지라도 잠시 다녀 가리라 돌려 먹은 마음

무거운 눈꺼풀 들어 올리니 

천길 지옥같은 캄캄한 방이다

 

이세진- 2013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저녁 무렵의 구두 한 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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