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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김용균/동막 갯뻘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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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동막갯벌에서 외 1편
혈기血氣라곤 진즉에 사라진 허망한 몸이거든
바람찬 갯벌로 나서야 살맛이 날까.
썰물이 몰려나간 뻘밭을 지키는 재갈매기
허튼 그리움에 끼룩댄다고 멀찌감치 쫓아내고는,
쉴 새 없이 가쁜 숨 몰아쉬는 질퍽한 뻘속으로
벌벌거리는 오관五官이 단번에 빠져든다.
황홀한 추억만치나 어드메 후끈하게 안길쯤에서
숨죽인 채 가만가만 살맛을 더듬다가,
노을빛 붉어진 얼굴로 멋쩍게 되돌아서며
콩 볶는 가슴끼리 맞대고 서로 다독거리면,
살맛이 용케 살아났다.
달팽이의 꿈
한 줄기 바람이 거친 광야曠野를 갈랐다.
무수한 별들도 머언 밤하늘을 모두 지나갔다.
달팽이 홀로 숨죽인 채
천지간에 기를 모으듯 꿈쩍도 않고,
거대한 정적靜寂이 잉태된
저 깊은 대지의 벽을
똑똑 두드리고 있다.
황홀한 줄탁啐啄,
드디어 한 우주宇宙가 깨어났다.
김용균- 2014년 시집 『낙타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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