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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김주혜/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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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365회 작성일 15-07-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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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혜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외 1

 

 

6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왕오천축국전

유리상자 안, 땀에 쩐 옷자락 30cm를 만나고 온 날

꿈길에서 혜초의 바튼 기침소리를 들었다

 

바람에게 기러기에게 흰구름에게

고국소식 물으며

돌고 돌아 이제야 소원을 풀었건만

 

단돈 은전 오백 냥에 간직해온

프랑스인에게 고마움을 전하기에

아직 내 가슴은 작다

 

30cm만 보라고 한들,

혜초가 적은 그 숱한 이야기를 모를까

나는 보았다

가려진 그 너머에 쓰인 스님의 화두를

땀과 눈물이 그린 발자국을

 

마오쩌둥의 얼음두상’* 처럼

고작 108개 유리잔의 물로 사라질

너와 나 그리고 모든 이념들에게

 

고향에 등불은 정녕 없는 것일까.

 

*김아타의 작품

 

 

 

 

아침 신문

    

 

아침에 눈 뜨면 신문 보기가 겁이 난다.

 

연평도 앞바다가

놀란 가슴을 달래기도 전에

먼 바다에선

애꿎은 갈매기가 가슴을 다치고

잠잠하던 바다가 분노하고 대지가 갈라진다

 

해치가, 스핑크스가 눈 부릅뜨고 지켜도

조류독감이니 미세먼지니 프로포폴이니

듣도 보도 못한

철렁한 단어들이 질펀한 아침이 무섭다

 

우리 아이들 어쩌나

 

벌거숭이 붉은 산이었을망정

맑은 물과 신선한 바람이 불던 이 땅에

붉은 물이 흐르고, 황토 바람이 분다

가슴에 작은 시냇물 하나 흐르지 않는

 

우리 아이들 어쩌나

 

모래 왕국의 투탕카멘이 웃는다

영원히 눈 감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느냐고

아무래도 이 아침,

고사떡 들고 이집 저집 돌던 시절이 생각나

우리 아이들에게 떡심부름이나 보내야겠다.

 

김주혜- 서울출생. 1990민족과 문학으로 등단. 시집 때때로 산이 되어, 아버지별, 연꽃마을 별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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