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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이보숙/구름판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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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숙
구름 판화 외 1편
늦가을,
머리 속 에서 마법이 발동을 한다
새빨간 단풍잎들이
푸른 하늘로 올라가 단풍 구름이 된다
느티나무 노란 잎들도
하늘로 올라가 노란 구름이 된다
붉은 버드나무잎들,
색색깔 담쟁이,
푸른 소나무도 하늘로 올라가
제각기 구름이 된다
나는 아이처럼 손뼉을 친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근사한 판화가 생겼다
하늘에 사는
부모님, 언니 오빠
다같이 좋아할꺼야
젊은 아들 먼저 보내고
중풍에 신음하던 우리 아버지
용서해 주실꺼야
아무리 어렸어도 잘 돌봐드렸어야 했는데...
새로 생긴 가을 판화 사이로
하늘의 우리 가족사진이 완성 된다
마침 그때 기러기 한 떼가 날아가네...
나의 집은 어디인가
남대문시장에 갈 때 마다
내가 찾는 중구 남창동 26번지,
내가 태어난 곳,
지금은 주택도 없고
냇물도 없고
어엿한 기와집은 더더욱 없다
허름한 상가가 가득차서
낯 선 사람들이 수없이 드나들고
상인들의 호객소리 요란한 곳
온갖 상품이 싸여 있는 곳
속성을 알 수 없는 자본주의의 늪,
거기서 나는 가끔 내 본적지를
찾아 헤맨다
내 유년이 묻어 있었을 곳
푸른 풀잎이 무성했을 곳
나의 집은 어디인가,
나는 내 그리움과 슬픔을
핸드백 속에 깊이 집어넣고
산더미 같은 물건들을 들여다보며
구름처럼 밀려가고 밀려오는 사람들 틈새로
또 하나의 구름 되어 흐른다
아버지의 보증 실수로
갖 난 아기였던 내가 보지도 못했던 허구 속의
나의 집을 찾아 기웃거리다
그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돌아온다.
이보숙- 서울 출생. 1992년《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새들이 사는 세상』,『코코넛 게』,『목련나무 어린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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