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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김영자/꽃폭풍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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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064회 작성일 15-07-0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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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꽃폭풍 1

 

 

폭풍이 몰려왔다 휘몰아왔다

한 사흘 몰아치더니 꽃천지 꽃사태다

시간을 나누어 피더니만

어인 일로 한꺼번에 몰려왔는지

꽃에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는데

친구는 꽃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하고

키 큰 이 시인은 무섭다고 했다

정신이 번쩍 났다

사이사이에 무슨 일이 일었을까

꽃들의 웅성거림

모든 꽃들이 한순간에 나를 바라보며

너는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꽃들은 모두 허공에 앉아 있었다

분명한 것은 곧 떠날 것이라는 것과

막다른 길이 너무 팽팽해졌다는 것이다

백화제방百花齊放을 읊조리며

불길한 마음을 내려 보내려고

올려다보니 오래 된 공중에서 꽃잎들은

푸른 방울토마토처럼 내려오고 있다

 

 

 

 

가벼운 것이 좋다

 

 

날이 갈수록 가벼운 것이 좋아진다 가벼워진다는 것은 무릎의 각도를 펴고 바람을 쐬는 일 조금씩 더 무게를 덜어내며 무게와 무게 사이로 물길을 내는 일이다

 

물들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차곡차곡 챙겨 넣어두었던 계단 아래 창고 속에서 탈출하는 아침 펑퍼짐하고 가장 가벼운 옷을 고르면서 색깔도 맵시도 다 버리니 매달릴 일도 없어 잠시 누워있다 일어나기도 하고 그대로 다시 누울 수 있으니 좋다

 

살 안에서 살 밖으로 살 밖에서 살 안으로 드나들 수 있으니 묶인 것들을 적시고 적신 것들을 다시 풀어 햇살에 내어 놓으니 아침이 솜털처럼 웃는다 향낭香囊이다

 

김영자- 1997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 양파의 날개, 낙타뼈에 뜬 달, 전어비늘 속의 잠. 서울시인상, 한국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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