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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김기산/항금리 산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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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717회 작성일 15-07-0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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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산

항금리* 산길 외 1

 

 

도심의 시름 지고 가던

앵자봉 끝자락 묵은 텃밭

잡초 우거진 양달에

어지러운 속도 내려놓았다

 

이른 새벽 낯선 새들이 잠을 깨우고

산길 안개가 계곡을 움직이는 곳

젖은 풀잎에 바짓단 적시며

가쁜 숨소리 하루씩 돌려가는

그물에 바람 걸리는 삶

가끔 속 때 벗은 사람들과

찬 술 한잔이 게으른 나의 하루 품삯이 될까

 

이제 빠름의 족쇄에 마음 덧날 일 없고

쉼 없이 모이고 흩어지는 산 구름에

아슬아슬하게 살아온 먼 꼬부랑길 내려다보니

또 하루 은자隱者의 산빛에 묻힌다

밤이면 개울 물 소리 마루까지 들이고

옆집 강아지 달 보고 컹컹 짖는 소리

내 안에 모아 가두니

가슴 굳은 살 빠지는 소리

내 하루하루가 환하게 스러지는 날들이다

 

* 항금리는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에 있는 산속 마을.

 

 

 

 

사람이라서 미안하다

 

 

어두운 새벽

소가 소리를 내어 운다

 

식구들 따라 잠이 들고

잠이 깨던 나이든 소

부리망 쓰고 걷던 들과 밭

그 많은 발자국을 되새김질 하며

골목길로 끌려 나간다

 

몇 겁의 생을 건너와

짚더미에 떨어질 때부터 한 가족이었으니

기다리는 트럭 앞에서

할아버지 산소를 올려다보고

산울림 같은 소리를 내어 운다

 

빈 외양간 바라보는 할머니

 

인간들에게 뼈 한 조각까지

다 내어주고 돌아가는 소에게

이제 부처가 사랑하는

너의 종족이 모여 사는 곳

그곳으로 가라

인간들 세상 다 잊고

 

미안하다

오늘 사람이라서 미안하다.

 

김기산- 시집노을을 베끼다. 성균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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