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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조/정혜숙/4월, 깊은 그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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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숙
4월, 깊은 그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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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간에 우물보다 깊은 그늘
하늘이 낮아지며 검은 차일 펄럭인다
궤도를 잃은 별들의
가늘고 긴 울음소리
폐기하고 싶은 하루가 간신히 저물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수저를 든다
여전히 숨을 쉬면서
더운 밥을 먹는다
**
어여쁜 나비가 꽃을 옮겨 다니며
공중에 악보를 그린다, 천진하고 경쾌하다
아이야! 다음 생에선
봄 나비로 오너라
즐거운 낙화
한뎃잠 곤히 든 낡은 신발 속으로
돌배나무 흰 꽃잎들 즐거운 낙화를 한다
일말의 주저도 없는
깨끗한 결행이다
정혜숙- 2003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조집 『앵남리 삽화』,『흰 그늘 아래』. 오늘의시조시인상,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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