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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전순영/너 였구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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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영
너였구나 외 1편
눈 꼬리가 사알 짝 올라간 여인의 입은 스마일, 다시 보니
양 볼에 집게발 네 개로 나를 물고 뜯어먹던
하얀 수염 할아버지 다시 보니 두 눈에 불을 켜고 송곳이빨사이로
피 묻은 혓바닥을 쑥 내밀고 있는
희멀건 신사 매부리코에 쫙 찢어진 눈, 다시 보니 황소 뿔
먹이를 위해서라면 동료를 받아치고 쳐들어오던
반달처럼 눈웃음치며 뽀얀 여인의 얼굴 다시 보니
혼을 홀딱 빼가던 백여우
머리위에 환한 후광 두른 붓다 다시 보니 흡혈귀 이피 저 피 긁어모아
차곡차곡 봉우리를 싸놓은
검은머리 곱게 빗어 넘긴 단정한 그 여인의 하반신이 똬리를 틀고 앉은
잔뜩 독을 품은
아기 봄 발자국소리 2
얇은 은회색 하늘을 이고 서 있는
수양버들 가지 끝에
다투어 눈뜨는 소리
저 멀리서 따박 따박 걸어오는
아기 봄 발자국소리
강물이 포르르 웃는 소리
전순영-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목이 마른 나의 샘물에게, 시간을 갉아먹는 누에. 에세이집 너에게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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