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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한경희/겨울바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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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172회 작성일 15-07-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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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희

겨울바다 외 1

 

 

바닷물이 쓸고나간 텅 빈 개벌

집 떠나시며 정리한

아버지 서랍 속 같다

 

갯벌 속 숨어 살다

제 성질 못 이겨 펑펑 뛰는 망둥이

예민한 촉에 안달하며 사는 꼬마 게

고달픈 사연 그 속에 얼마나 담겨 있을까

아버지는 좀체 속말을 하지 않고

썰물처럼 말없이 떠나셨다

 

당신이 다시 돌아오시지 못하실 것 예견하신 걸까

다 비우신 자리는

 

요양병원으로 떠나시는 날

알 수 없는 바다의 깊이로

교차했을 만 가지 생각

 

파도의 철석임을

못 들은 체 외면한

우리의 마음 다 아셨을 테지

 

빈자리

아버지가 개벌에 누워 계신다

 

 

 

 

눈 내리는 밤

 

 

긴 겨울밤

하늘다람쥐, 오소리

달빛 끄고

서로의 체온에 취해

신방 차린 밤

 

하늘도 덩달아 숨죽이며

하얀 목화솜 밤새 틀어

두꺼운 눈 이불

서로 허물 덮으며 살라고

혼수로 보낸다

 

숨 멎도록 좋았던 사랑

그 사랑을

어떤 날 문 밖에 두고 싶은 날

겨울잠 자지 말고

언 마음 다 녹이라고

 

끝없이 넓게 펴놓은

순백의 이불속에

발을 슬그머니 드미니

세상이 꽃처럼 하얗다

 

한경희- 2008문학마을로 등단. 2012산림문학으로 수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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