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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한경희/겨울바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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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희
겨울바다 외 1편
바닷물이 쓸고나간 텅 빈 개벌
집 떠나시며 정리한
아버지 서랍 속 같다
갯벌 속 숨어 살다
제 성질 못 이겨 펑펑 뛰는 망둥이
예민한 촉에 안달하며 사는 꼬마 게
고달픈 사연 그 속에 얼마나 담겨 있을까
아버지는 좀체 속말을 하지 않고
썰물처럼 말없이 떠나셨다
당신이 다시 돌아오시지 못하실 것 예견하신 걸까
다 비우신 자리는
요양병원으로 떠나시는 날
알 수 없는 바다의 깊이로
교차했을 만 가지 생각
파도의 철석임을
못 들은 체 외면한
우리의 마음 다 아셨을 테지
빈자리
아버지가 개벌에 누워 계신다
눈 내리는 밤
긴 겨울밤
하늘다람쥐, 오소리
달빛 끄고
서로의 체온에 취해
신방 차린 밤
하늘도 덩달아 숨죽이며
하얀 목화솜 밤새 틀어
두꺼운 눈 이불
서로 허물 덮으며 살라고
혼수로 보낸다
숨 멎도록 좋았던 사랑
그 사랑을
어떤 날 문 밖에 두고 싶은 날
겨울잠 자지 말고
언 마음 다 녹이라고
끝없이 넓게 펴놓은
순백의 이불속에
발을 슬그머니 드미니
세상이 꽃처럼 하얗다
한경희- 2008년 ≪문학마을≫로 등단. 2012년 ≪산림문학≫으로 수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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