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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허기수/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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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수
길 외 1편
길을 간다고 말하지 마라
혼자 그 길을 간다고 울지 마라
길이 나보다 먼저 간 것을
길이 나보다 더 아팠을 것을
그를 향해 그저
간절한 창문 하나 열어두면 되는 것을
모든 길이 한 곳으로 간다고
쉽사리 말하지 마라
저무는 노을에도 억새풀은
자늑자늑 흔들리며 우는데
모질게 밟힐수록
소리죽인 소리들이 얼마나 많았겠느냐
떠나온 길이면 돌아보지 마라
굳은 길 위에 뿌려진 눈물
흐려진 시선 그 언저리쯤에
서러운 너의 길은 있고
영문도 모르면서 따라 우는
기러기 떼 꽁지깃에 숨긴
가슴 아픈 나의 길도 있다.
포장마차
어둠이 깔리면
길 잃은 술잔들의 예배가 시작된다
잔마다 채워진 상사上司를 마시고
명퇴의 서글픔도 토해내고
밤새워 퍼 낸 울화통을 울려 나오는 소리엔
두드리다 지친 목울음 냄새가 난다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늘이 바닥을 드러내고
하얗게 바랜 뒤에야
밤새 끌고 다닌 리어카 바퀴에는
과녁에 닿지 않은 기도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텅 빈 예배당은 하룻밤의 제사가 끝나고
어제의 잔에 채웠던 것이 무엇인지
내일의 숙제처럼 도통 모르겠다.
허기수- 2011년 등단. 시집 솜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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