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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허기수/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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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366회 작성일 15-07-03 11:11

본문

허기수

길 외 1

 

 

길을 간다고 말하지 마라

혼자 그 길을 간다고 울지 마라

길이 나보다 먼저 간 것을

길이 나보다 더 아팠을 것을

그를 향해 그저

간절한 창문 하나 열어두면 되는 것을

 

모든 길이 한 곳으로 간다고

쉽사리 말하지 마라

저무는 노을에도 억새풀은

자늑자늑 흔들리며 우는데

모질게 밟힐수록

소리죽인 소리들이 얼마나 많았겠느냐

 

떠나온 길이면 돌아보지 마라

굳은 길 위에 뿌려진 눈물

흐려진 시선 그 언저리쯤에

서러운 너의 길은 있고

영문도 모르면서 따라 우는

기러기 떼 꽁지깃에 숨긴

가슴 아픈 나의 길도 있다.

 

 

 

 

포장마차

 

 

어둠이 깔리면

길 잃은 술잔들의 예배가 시작된다

잔마다 채워진 상사上司를 마시고

명퇴의 서글픔도 토해내고

밤새워 퍼 낸 울화통을 울려 나오는 소리엔

두드리다 지친 목울음 냄새가 난다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늘이 바닥을 드러내고

하얗게 바랜 뒤에야

밤새 끌고 다닌 리어카 바퀴에는

과녁에 닿지 않은 기도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텅 빈 예배당은 하룻밤의 제사가 끝나고

어제의 잔에 채웠던 것이 무엇인지

내일의 숙제처럼 도통 모르겠다.

 

허기수- 2011년 등단. 시집 솜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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