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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최양순/별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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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200회 작성일 15-07-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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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순

별미 외 1

 

 

쌀독 항아리를 발끝으로 지그시 눌러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주루룩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쌀독을 열어보니 깜깜한 빈독이다

누르면 쏟아지는 쌀을 받아 먹기만하고

채워주지 않은 결과다

쌀이 떨어진 주말 아침

 

아득한 기억 속의 아침도 그랬다

쌀독을 긁는 바가지 소리가 부엌 가득 퍼지고

잔 칼질 소리가 한참을

바가지 소리를 뒤이어 울었었다

아침상엔 무가 수북한 밥그릇이 올라앉았고

어머니의 한숨이 깊었었다

그 아침

어머니가 숟가락을 든 기억이 없다

 

그날처럼

도마 위에 무를 올려놓고 굵은 채를 썬다

칼날을 받는 무가 참, 연하다

찬밥을 무밥으로 변신시킨 아침

아무도 슬프지 않은 무밥을 먹는다

별미다

 

 

 

 

입장 차이

 

 

파실파실하고 찰지던 여름 감자

제 철 지나고 나니 쓰임새가 줄어들어 치레기들은 상자에서 소쿠리로 나 앉았다

팽창하는 충실함으로 단단하던 모양새는

시들부들 녹록하니 살갑고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헐거워지는 동안

옹골차게 안으로만 가두었던 생각들이 삐죽이 눈을 틔우고

또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어둠의 경계를 밀어올린 시간의 언어는 뾰족하다

붉고 푸르다

심지 굳은 아우성이다

 

너와 나의 입장 차이는

단 하나의 몸짓

 

또 다시 쪼그려 앉아

싹을 자르며

묵언의 화두를 수행한다

 

최양순- 충남 당진 출생. 2013시인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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