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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특선/유경희/유리로 만든 가족 외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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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특선
유경희
유리로 만든 가족 외 6편
깨져서 유리 조각이 된 우리는
가까이 있으면 서로를 찌른다.
때로는 심장 가까이를 찌른다.
토굴을 하나씩 만들고
그곳에 엎드려서 운다.
그리워 하지만
안을 수는 없다.
APT
그곳 사람들은 왜인지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살았고
그래서인지 추락하는 아기 새가 많았다.
땅을 잃어버려 유랑자 같았고
하늘은 막혀있어 무한도 꿈꿀 수 없었다.
왜인지 그곳 사람들은
죽음으로 가는 문을 막지 않고 살았다.
죽음으로 가는 문이 그렇게 많이 열려 있는 곳은
그곳밖에는 없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때론 삶을 꿈꾸기도 하였다.
아이
아이를 낳는다는 건
아주 무서운 일
언제 어디서
누가
왜
오는지 모르니까
내 생애에
가장 난해한
겨울 그리고 봄이 간다
밤·1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사이 누군가 그려 놓고 간
낯선 그림 하나 걸려 있다.
그림이 밤을 닮았다 아주 어두운 밤을
어느 나라의 언어로
어느 세기의 문법으로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림 하나가
잉크 정원
세상으로 나 있는 길을 잃어버리고 책속으로 나 있는 길을 걷다보니
아주 고요한곳에 오게 되었다.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한 생애가 지나가는 동안
잉크 정원을 갖고 싶은 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그 꿈을 몇 번의 생애가 지나가는 동안 잊지 않고
새로 태어날 때마다 첫 번째 일기장에 적곤 하였다.
잉크로 그려 넣은 나무에 잎이 돋고 새가 와서 날아와 앉는다.
유경희- 2004년《시와 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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