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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특선/정령/동백에게 이르다 외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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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427회 작성일 15-07-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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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특선

정령

동백에게 이르다 외 6

 

 

풋풋한 가슴이 아려올 적엔

포근했던 엄마품이 그리운 법이다.

어른처럼 소리 없이 우는 법을 배우렴.

 

빨갛게 몽을 진 가슴 다독이며

보다 더 큰 폭풍이 몰아칠 텐데,

더 거센 비바람이 들이닥칠 텐데,

단단해져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

 

다짐을 하고 돌아오던 길,

기대선 가로등보다 달빛이 훤했다.

나도 깊이 뿌리를 박고 단단해지리라.

나도 푸른 발톱을 세워 견뎌내리라.

 

 

 

 

고장난 기타

 

 

덩치 작은 고놈은 목이 길었다.

가늘고 길어서 항상 품에 안아야 편안해 했다.

 

댐을 만들어 묻어버린 시간들이 허공을 메우고 쇠심줄을 단 바람에 일렁인다. 허기진 배를 싸안고 빈 공간 차지하고 누운 짐승 꼬부라져 일어나지 못한다. 엊저녁 바람은 차가웠다. 대로에서 마주한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며 울다가 이슬이 되었다고 한다. 기다리는 새끼를 보려고 달려온 어미,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호랑이가 엄마라는 말에 문 열어주던 새끼는 동화 속으로 사라졌다. 보도블록 틈새에서 노란 민들레가 고개를 내밀다가 지나는 발길에 채여 웃음이 잘려 나간다. 통곡은 현에서 울리며 가슴에서 머문다. 가슴에서 머문 한마디가 소리가 되고 다시 울림이 되어 가슴으로 들어온다. 힘겹게 꼬부라져 누운 짐승, 민들레의 잘려나간 꽃잎에 한줌 바람 같은 울음을 보태고 부르르 몸서리 친다. 허공을 헤매는 짐승들의 이야기가 밤거리에 떠돈다. 품에 안아야 가슴을 울리며 나오는 너의 곡조, 도시의 악보는 여전히 사라지는 중이다.

 

 

 

 

이불론

 

 

덮으면 감쪽같이 가려진다는, 따뜻하기로는 어머니 가슴도 대신할 수 있다는, 감긴다는 상상만으로 이야기하면 남자 품에 안기다가 유두가 짜릿하게 날서기도 한다는 비밀이 숨어 있는, 솜이 틀어지고 풀 먹인 광목이 누벼지고 홀쳐지는 그 어둠 속에서 아궁이엔 장작불이 타고 굴뚝엔 저녁연기 모락모락, 구들장은 달아오르고. 매일 장작불은 타오르고 밥 짓는 연기는 모락모락, 해가 반짝 고개 들고 나오면 마당엔 배꽃이 피고 복숭아꽃이 피고 강아지가 새끼를 낳고 코흘리개 오줌싸개의 누런 지도가 마르고 다듬이돌 위에서 또드닥또드닥, 지린내가 풀풀 나는 이불 위에서 아이가 자라고 고추가 여물고 어화둥둥 알몸이 뒹굴고. 말리고 밟고 두드리고 다지고 덮고 감싸고 공들여 쌓은 만리장성, 자자 과거사의 실천론과 가려야할 것 제쳐두고 덮어야할 것 포개어버리는 비밀스런 성역들이 맨몸으로 활개치는 숲속의 화원, 배꽃 밤꽃이 피었다가 사라진 잘자 현대사의 이불기술론. 아무튼 펼쳐야 푼다.

 

 

 

 

공친 날

 

 

졸고 있는 햇살 사이로 그림 하나 휘청거린다.

마른 장작 같은 허리 아래로 손가락 마디가 굵다.

소주병이 대롱대롱 목이 졸려 붕어똥처럼 따라온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급하다는 친구에게 빌려준 도장, 밥이 마르기 전에 붉은 딱지가 온 집안에 꽃 핀 날이었다. 아내는 낙엽처럼 아파트화단에 떨어졌고, 그 자리에 붉은 봉숭아가 만발했다.

 

전봇대가 발길에 채인다.

허공을 바라보는 마른 눈에 잔 이슬이 맺히고,

지대 낮은 골방 속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 들린다.

 

 

 

 

사각의 궤를 넘기는 법

 

 

사십의 나이에는 반드시 치명적으로 외로울 것.

울고 싶어질 때에는 꼭 그 시절로 돌아가 열어볼 것.

준비 되었으면 아련한 기억의 버튼을 온On.

 

물보라 날리며 반사되는 햇빛에 물장구 두둥 처연한 무지개 소녀의 얼굴 위에 파장이 인다. 시간의 궤를 넘어선 한 점의 몸짓 망원되는 사물의 촛점이 흐려지는 망각 속에 어린 시절이 머문다. 쎄쎄쎄, 아이의 눈동자 속 망막 안으로 줌이 되어 비치는 나비의 날개짓이 파르르 떨린다. 초경량의 바람이 전하는 소문에도 까딱없이 너는 의사가 되었고, 말없이 너는 시집을 갔다. 때때로 멈춤, 하는 렌즈의 손가락은 돌아가고 돌부리에 걸려 날아오른 몸뚱이, 순간 웃음이 일다가 무릎이 먼저 시려온다.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소리가 깜깜한 적막 속에 흩날리면 돌아가지 못하는 젊은 날 당분간 오프Off.

 

다만 오늘부터 바삐 찰칵대며 다시 진행 중일 것.

 

정령-  2014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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