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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강인섭/보석상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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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232회 작성일 15-07-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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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강인섭

보석상자 외 1

 

 

추억은 내 가슴에 깊이 박힌 보석이다

빼낼 수도 떼어낼 수도 없는

묵은 상처 같은 것이기에 몸속에 두고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바다 같은 데서 한 알의 진주가

오랜 세월을 두고 영글어 가듯

내 가슴의 보석도 상처 위에 돋아나

피와 살을 먹고 자란

소중한 몸의 일부다

 

가난을 죄악이라고 소리치며

두 손 불끈 쥐고 뛰던 젊은 시절

좋아하던 그녀의 집 근처를 배회하다

불이 켜진 창문만 바라보고

발길 돌리던 허무한 마음도

이젠 아름다운 한 장의 추억이 되었다

 

혹독한 추위에 시달리던

최전방에서의 초년병 시절

고생스럽던 추억이 때의 썩는 진주알처럼

더욱 가슴 깊이 박히는 것은 웬일일까

 

추운 겨울이면 그때를 생각하고

언 손 부비며

나와 함께 긴 여로 걸어온

추억의 보석상자 꺼내어 매만져본다

 

 

 

 

봄비

 

 

꽃잎 지고 새 순 돋을 즈음이면

봄비가 온다

 

그녀는 은박지 위로 흘러내리는 이슬방울

혹은 눈 먼 소녀의 귀밑머리에 송송 돋은

복송아털을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손길

그래서 소리 없이 대지만 촉촉이 적시고

돌아가는 걸까

한참 예쁜 자태 뽐내는 꽃잎

건드리지 않으려

바람도 데불지 않고 혼자 슬쩍

다녀가는 봄비

 

올 여름 태풍을 준비하기 위해

지구 곳곳을 살피고 돌아가는

하늘의 순라꾼인지도 모른다

 

! 이제 나도 고향집 몰래 다녀가는

나그네처럼

먼 길 떠날 채비 서둘러야 하는가.

 

 

강인섭- 1936년 전북 고창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대학에서 수학했다. 1958<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녹슨 경의선 4권의 시집과 더 넓은 세계로 등의 수상집, 평론집을 다수 출간했다. <동아일보> 워싱턴특파원. 논설위원. 관훈클럽 총무를 역임하고, 통일민주당 부총재, 14. 16대 국회의원과 대통령정무수석을 지냈다. 한국외대 석좌교수와 호남대 겸임교수를 지낸 후, 현재 강우규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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