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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유인채/무당거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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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채
무당거미 외 1편
그래 오너라
거기서 하프 튕기듯
자꾸 줄만 흔들지 말고
이 투명한 내 그물 위로
오너라
비칠비칠 오너라
거침없이 올라타라
정사는 시작되고
나는 짜릿하게
네 목을 물어뜯으리
나의 배를 애무하던
너의 긴 다리는
바들바들 떨리리라
그러면 나는
몇 초 사이의 황홀을
우적우적 씹어먹으리라
싸리꽃지게
오월이면 아버지는 내 키보다 큰 싸리나무를 지고 산에서 내려오셨다
보랏빛 꽃들이 누워 산등성이 한쪽을 쓸며 언덕을 내려왔다
막 비질한 하늘로 꿩꿩 장끼가 날아올랐다
무지갯빛 꿩의 깃털이 바작에 사뿐 내려앉았다
문득 청보랏빛 하늘이 열리고
아버지의 등 뒤로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 나갔다
아버지는 매일 하나님을 지고 오셨다
유인채- 1998년 계간《문학예술》여름호로 등단. 시집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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