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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일

무궁화 외 1편

 

 

너와 나 사이에 피지 않는다 

너와 나를 이어서 핀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화려강산을 움켜쥐고

대한사람을 운반하며

 

사랑하다

하루를 단 하루를 한 하늘만 사랑하다

 

국토가 불쌍할 때

엄정하고 혹독하게 유서 깊은 운명으로

 

어사화처럼

울타리처럼

 

최선을 다하여 핀다

최선을 다하여 진다

 

반드시 태양과 함께 새로 피고

반드시 태양과 함께 그날 져서

 

다음날, 또 다음날, 또 다음날,

가장 오래 핀다

 

 

 

 

기와집

 

 

솟을 것은 솟아 산을 이루었다

뻗을 것은 뻗어 강을 이루었다

 

내달리는 것은 내달리어 내려온 샤머니즘

 

암 수 딛고 흘러내려

행실 바르다

 

배를 드러내고 누운 암키와

등골 드러내고 엎드린 수키와

 

톺아 굽이치며 눈빛에 눈빛이 닿는 교외별전

 

처마 같은 신랑

칠흑의 삼단머릿결 신부

포개어진 마음과 마음의 교방합일

 

줄곧 함께 닫혀 있다가

그치는 막새에 가서

온전히 열린다

수굿하고 다소곳한 가약의 수수만년

굽이쳐 사직을 이루어온 지아비 지어미

 

권정일-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마지막 주유소』, 『수상한 비행법』.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부산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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