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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우리 시대의 시인, 랑승만/신작시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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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336회 작성일 15-07-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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浪丞萬


貧者의 하늘 4


 


 


서쪽 하늘이 검게 물들더니


코를 풀게 하는 묵은 내음 나는


겨울 묵은지 한 포기 앞에 놓고


외롭디 외로운 술잔을 드네.


 


서쪽 하늘이 비구름으로 꽉 차


흐르지도 못하고 막힌 하늘이더니


갑자기 쏟아져 내려온 천둥소리


貧者의 지붕 위에 慈雨로 내려


묵은지 한 포기보다 더 지독한


가난한 하늘 냄새 지붕 위를 감돌다


쏟아지는 소나기 한 줄기.


 


 


 


 


 


그 손님


 


 


그 책방의


맨 구석백이에


꽂혀 있던 완전수업이란 詩論集


이곳에 틀어박힌 지


12년째가 넘는다.


 


오늘 새벽 나는


거울 하나를 줍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이 날 낮


그 손님은 바로


점심을 막 먹고


이빨을 쑤시고


담배 한 대


피워 문 시간에


쑤욱 들어왔다.


 


헌 책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시집 서적들이 꽂혀 있는


칸으로 발길을 옮겨


사랑 詩帖 마리안느 네 곁에서 죽고 싶었다


한 권 빼드시네.


 


그 손님 그 시집 가슴에 품더니


, 그만 흐느끼시네.


 


 


 


 


 


아밀리다阿密里多


 


 


나랏님께서 따듯하시고


훌륭하신 政事


백성들에게 천곡天穀으로 단 이슬 내리시니.


 


상서로운지고


불타는 교법이 중생을 제도함과 같아


 


온 백성이 배 불리 먹고 단잠 이루니


단 이슬이 머리맡에 한 사발이네.


 


이쁘신 하늘공주


나라의 따뜻하신 어르신


백성들에게 배부른 천곡天穀을 내리시니


이것이 감로수甘露水 아니랴.


 


하늘에서 내리는 단 이슬


아밀리다阿密里多 한 잔씩 마시니


온 백성이 만세를 누릴 신선이 되누나.


 


아밀리다阿密里多 천주天酒를 마시며


온 백성이 천곡天穀을 먹으며


만세萬歲를 누리네.


, 감로수甘露水.


 


아밀리다阿密里多:甘露水. 불교에서 부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감로수라 한다.


 


 


 


 


 


먼저 떠난 바람소리4


 


 


뜬 구름 같은 헛깨비 한 세상


貧寒한 바람으로 떠돌다가


하늘로 치솟나니,


어제 가신 바람소리


그리워


가신 님의 바람소리를


되새기며 마음 달랩니다.


 


박남수 어르신께서


그의 絶詩 에서


하늘에 깔아 놓은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하셨는데


그 새의 노래소리 먼저 떠난 바람소리로


흐느끼는데,


 


너무 일찍 떠난 바람이신


전봉건이는


그의 걸출한 작품 에서


빛나는 바람 속에서 태양을 바라


꽃피고 익은 젖가슴을 주십시오


하고 애타는 바람소리 남기시고


하늘 젖가슴을 향해 솟구셨구나.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따 먹고 죽을 진달래 한 송이 피어날 산골짝마저 무너지고 썩어 문드러졌느니……


 


물장구 쳐댈 맑은 시냇물도 더럽혀졌구나.


 


어느 골에 가서 진달래꽃잎 하나 따 먹고 주린 배 채우랴.


 


어느 맑은 개울 찾아가


물장구 칠 맑은 물 한 줄기 만나랴.


 


맑은 허릴 뚫어 도롱뇽도 말라 죽어갔는데


굶어 죽어 개굴창에 코를 박고 썩은 시냇가에 묻힐 판국인데


 


쌀이 넘쳐난다는 풍년기근에 숨 막히는 시커먼 화통소리에


千聖山 도롱뇽도 발길 끊겨 졸라매고 목을 졸라매야겠네.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어느 맑은 골에 가서 진달래 따 먹고 보릿고개 죽어 넘기랴.


 


어느 맑은 개울 있어 물장구 치고


어린 날의 기쁨을 찾을 수 있으랴.


 


千聖山 山골을 맑힐 도롱뇽도 모두 말라 죽어간 숲길


예쁜 분홍빛 진달래도 모두 시들어 떨어져 내리고


맑은 시냇물 모두 더럽혀져 시궁창 되었으니


 


물 위에 떨어진 달조각이나 주워먹고


도롱뇽 지나다닌 맑은 숲길에 어리석고 허망한 무덤들만 쌓는구나.


 


오늘 아침엔 죽음의 진달래꽃잎들 따 먹고 죽음의 물장구들 쳐대며 허우적거리네.


 


산허리 끊겨 도롱뇽 먹이샘 끊겨


진달래 빛을 잃고 너도 굶고 있으니


롱뇽아 나도 한 철쯤 굶어야겠구나.


롱뇽아 힘내거라 진달래 필 날이 꼭 오리니 말이다.


 


이 아침엔 지율스님 따 드실 진달래꽃잎 몇 잎이나 바람에 흩날려갔는지 몰라라


롱뇽아 눈물 거두어라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아 하늘이 진달래빛으로 눈물 흘리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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