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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작조명/정치산/속삭이는 돌 외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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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075회 작성일 15-07-02 11:47

본문

속삭이는 돌

 

그와 그녀는 두 개의 입술을 가지고 있네.

그와 그녀는 하늘과 땅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돌을 날리네.

그는 바다와 행성이 서로 통하기를 바라네.

그는 땅에 입술을 두고 그녀는 하늘에 입술을 두네.

속삭이는 돌이 빛나기 시작하네.

그와 그녀의 대화가 하늘과 땅에서 바다와 행성에서 통화를 시도하네.

주변의 귀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대화는 왼쪽으로 기우네.

그대에게 전하는 비밀의 메시지 늘어난 귀들이 가로막네.

입술이 가까워지고 속삭이는 돌이 다시 빛나기 시작하네.

그들이 속살거리는 비밀의 말들이 우르르 날아가 늘어난 귀들을 후리네.

 

그와 그녀는 두 개의 입술을 가지고 있네.

그와 그녀는 하늘과 땅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돌을 날리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이 그와 그녀의 동굴 속으로 우르르 쏟아지네.

그들은 세 개의 구멍과 세 개의 굴을 가지고 있네.

속삭이는 돌들이 두 개의 구멍 속에 숨어버리네.

비밀스런 입술이 숨어있는 돌들을 더듬네.

늘어난 귀들은 비밀의 입술을 더듬네. 숨겨진 입술을 더듬거리네.

그대에게 전하는 비밀의 메시지는 텅 비었고 늘어난 귀들만 아우성이네.

땅에 입술을 둔 그와 하늘에 입술을 둔 그녀가 바다와 행성의 통화를 시도하네.

바다와 행성의 통화는 아직 연결되지 않았고 귀들은 점점 커져 커다란 그물로 늘어나네.

왼쪽으로 기울던 그와 그녀의 대화가 걸려들기 시작하네.

하늘에는 온통 그들의 메시지로 가득하네.

아무도 그들의 메시지를 해독하지 못하네.

바다와 행성은 아직도 불통이네.

 

 

 

 

 

가방을 모으기 빠진

 

 

시장 골목골목 파랑이 널브러져 있다.

노랑이 찢어진 채 버려져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온다.

팔랑팔랑 널브러진 일상이 여기저기 쏘다니며 쇼핑을 한다.

찢긴 노랑도 팔랑팔랑 따라간다.

쇼윈도에 진열된 분홍의 초점 없는 눈빛이 활짝 웃는다.

이월된 검정과 하양은 진열된 싸구려 난전에 수북이 쌓인다.

바람이 불어온다.

기대감으로 쌓여있는 옷과 가방이 벙긋하다.

바람이 분다.

이리저리 채이며 굴러온 파랑의 낡은 일상이 그녀의 가방에 담긴다.

일생을 난전에서 살다온 그녀의 옷장에 수십 개의 가방이 줄 맞추어 있다.

그녀는 가벼운 저녁 외출을 준비한다.

붉은 눈동자 서녘 하늘에 걸린다.

 

 

 

 

 

죽었다가 다시

 

 

그의 고향은 두 개의 태양이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네. 에너지의 흐름이 바뀌고 기후가 극심한 변화를 겪는다네. 일 년에 사계절이 몇 번씩 오가네. 그의 행성엔 하루 종일 검은 바람이 일고 룰렛이 바삐 돌아가네. 바쁘게 움직이는 손을 따라 눈동자들도 한쪽으로 쏠리네. 긴 속눈썹은 쏠린 눈동자를 가리네. 그는 죽었다가 깨어나네. 그의 친구들도 죽었다가 깨어나네. 때때로 그들은 죽었다가 깨어난다네. 연애에 빠지고 술에 빠져 죽었다가 깨어났다네. 깨어난 그들은 표정을 읽을 수가 없네. 검은 선글라스 속 그는 며칠째 룰렛을 떠나지 못하네. 구부러진 등에 저장한 일용할 양식으로 하루를 견디네. 그의 눈도 룰렛을 따라 빙글빙글 돈다네. 룰렛에 묶여있는 그의 하루가 시간의 연자매를 돌리네. 그는 죽었다가 깨어나네. 그의 친구들도 죽었다가 깨어나네.

 

 

 

 

 

옥수수잎, 그 여자

 

 

하루에도 몇 번씩 씻고 또 씻고, 빨고 또 빠는 그녀의 취미가 다시 시작된다.

퇴근 후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그녀의 취미다.

그녀의 취미는 샤워와 빨래다.

13평 기숙사가 그녀 때문에 매일 출렁출렁 잠긴다.

주변의 째진 가재미눈이나 불평불만 가시는 무시해 버린다.

그녀는 30평의 옆 동 수도요금의 몇 배를 내고도 줄이지 못한다.

한 번 걸쳤던 블라우스도, 한 번 걸쳤던 바지도, 작업복도, 속옷도 바로바로 세탁기로 직행한다.

몇 톤의 물을 퍼 올리며 다시 또 씻기를 반복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녀의 취미생활은 주변의 불평불만이 그녀를 에워싸야만 끝이 난다.

유년의 옥수수 밭에서 옥수수잎이 부스스 그녀를 훑고 간 후부터 시작된 취미이다.

옥수수잎이 새겨 놓은 껄끄러운 문신을 지우고 지우면서 습관이 된 그녀의 취미는 13평 기숙사를 바다로 만들어 출렁출렁 춤추게 한다.

 

 

 

 

 

튕겨져 나간 남자

 

 

금 밖으로 사라진 그를 기다려요. 부스스한 회색그림자 있지만 없다고 밀쳐내요. 신발이 튕겨진 금 밖으로 사라져요. 튕겨진 신발의 안부가 궁금해. 수런거리는 바다 위로 바람이 스쳐가요. 정수리에 한 개의 눈을 더 갖고 있는 그는 조심조심 하늘의 옷자락을 들춰보고 있는 새를 낚아요. 금 밖으로 사라진 그가 겨울 산수화 속으로 아슴아슴 사라져요. 그의 뒷모습을 따라 가던 눈동자에 안개가 스며요. 놓쳐버린 그의 안부가 궁금해 작살나무는 보랏빛 열매를 바다에 던지고 화살나무는 붉은 열매를 하늘로 날려요. 천국으로 간 그에게 옆구리 터진 누드김밥이 씨름을 걸어요. 옆구리 터진 김밥과 씨름중인 그 때문에 튕겨진 그의 신들이 갑자기 더 바빠져요.

 

 

 

 

 

행성에서 온 그녀

 

 

그녀는 천 년 전에 지구에 왔다. 이십대의 모습으로 천 년을 살고 있다. 얼음공주로 불리던 시절 그녀의 고향은 다이아몬드 행성, 별과 달의 발바닥만 보이는 지구에선 시간의 통로를 만들고 깊은 동굴에 산다. 그녀의 동굴은 비밀번호로 잠겨있다.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숨을 쉴 수가 없다. 차도르로 얼굴을 감춘 그녀에겐 영원의 침대가 있다. 푸른 불기둥이 있다. 갇혀 있던 기억이 외출을 준비한다. 천 년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안개 속에 숨어 있던 동굴에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녀는 바람을 부풀리고 있다. 바람으로 알을 만들고 부화를 준비하고 있다. 빛에 둘러싸인 그녀의 알이 부화를 시작한다. 그녀의 행성은 울타리가 정비되지 않았고 장미가시에 나팔꽃이 달리고, 호박꽃이 달리고, 메밀꽃이 달린다. 연결된 시간의 통로로 바다가 들린다. 출렁출렁 춤추던 꿈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지금 다시 처음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사이에서 듣는다

 

 

사이에서 듣는다. 바닥과 탁자 사이, 탁자와 탁자 사이, 바닥과 책장 사이, 책장과 책 사이, 책과 책 사이, 시와 시 사이, 울림과 울림 사이에서 듣는다. 첫 번째와 마지막 사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듣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 입술과 입술 사이, 숨과 숨 사이, 사이와 사이의 사이에서 듣는다. 응과 예의 사이, 빛과 어둠 사이, 어둠과 어둠 사이, 사이의 감옥에 갇힌다. 그와 그녀 사이, 숨과 숨결 사이에서 듣는다. 행과 행 사이, 바람과 나무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듣는다. 하늘과 땅 사이. 바닥과 탁자 사이에서 듣는다. 시와 시 사이, 시인과 독자 사이에서 듣는다. 사이와 사이의 사이에서 사이의 감옥에 갇힌다. 가을이 감긴다. 낙엽이 쌓인다. 눈이 내린다. 거울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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