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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작조명/천선자/암울한 터널 속에서 무지개를 건지는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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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213회 작성일 15-07-0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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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터널의 끝

 

 

경제가 어려운 요즈음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죽겠다고 한다. 개업을 하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문을 닫아버리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유명한 맛집도 찾아가면 어느새 빈 가게만 썰렁하게 남아있다. 불경기가 지속되면 서민들은 더 어려워진다. 박봉에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전세난에 시달리고 이중고삼중고를 겪는다. 이렇게 불경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불경기에도 사이클이 있어 보인다. 몇 년 단위의 단기 사이클과 몇 십 년씩 길어지는 장기 사이클도 있다. 지금처럼 불경기가 길어지면 직업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경험도 없이 사업을 하다가 빚더미에 오르고 벼랑 끝까지 간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 그러다보면 중독성이 강한 곳에 빠지기 쉽다. 원래 참말은 잘 안 들어오고 달콤한 유혹의 말은 쉽게 들어오는 법이다.


그와 그녀는 두 개의 입술을 가지고 있네.

그와 그녀는 하늘과 땅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돌을 날리네.

그는 바다와 행성이 서로 통하기를 바라네.

그는 땅에 입술을 두고 그녀는 하늘에 입술을 두네.

속삭이는 돌이 빛나기 시작하네.

그와 그녀의 대화가 하늘과 땅에서 바다와 행성에서 통화를 시도하네.

주변의 귀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대화는 왼쪽으로 기우네.

그대에게 전하는 비밀의 메시지 늘어난 귀들이 가로막네.

입술이 가까워지고 속삭이는 돌이 다시 빛나기 시작하네.

그들이 속살거리는 비밀의 말들이 우르르 날아가 늘어난 귀들을 후리네.

 

그와 그녀는 두 개의 입술을 가지고 있네.

그와 그녀는 하늘과 땅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돌을 날리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이 그와 그녀의 동굴 속으로 우르르 쏟아지네.

그들은 세 개의 구멍과 세 개의 굴을 가지고 있네.

속삭이는 돌들이 두 개의 구멍 속에 숨어버리네.

비밀스런 입술이 숨어있는 돌들을 더듬네.

늘어난 귀들은 비밀의 입술을 더듬네. 숨겨진 입술을 더듬거리네.

그대에게 전하는 비밀의 메시지는 텅 비었고 늘어난 귀들만 아우성이네.

땅에 입술을 둔 그와 하늘에 입술을 둔 그녀가 바다와 행성의 통화를 시도하네.

바다와 행성의 통화는 아직 연결되지 않았고 귀들은 점점 커져 커다란 그물로 늘어나네.

왼쪽으로 기울던 그와 그녀의 대화가 걸려들기 시작하네.

하늘에는 온통 그들의 메시지로 가득하네.

아무도 그들의 메시지를 해독하지 못하네.

바다와 행성은 아직도 불통이네.

-속삭이는 돌

 

실패를 거듭할수록 움츠러든 마음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 곳으로 숨어버린다. 그러면 그럴수록 보이지 않는 가옥에 갇힌다. 불안은 결국 어떤 한 곳에 집착을 한다. 집착이란 물건이나 어떤 현상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마음 한 구석에서 자라난 뿌리 깊은 근원이 대체물에 전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옷장 속에 쌓인 수십 개의 가방 속에 자신을 넣고 지퍼를 올려버리고, 카멜레온으로 화려하게 위장을 한다.

 

시장 골목골목 파랑이 널브러져 있다.

노랑이 찢어진 채 버려져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온다.

팔랑팔랑 널브러진 일상이 여기저기 쏘다니며 쇼핑을 한다.

찢긴 노랑도 팔랑팔랑 따라간다.

쇼윈도에 진열된 분홍의 초점 없는 눈빛이 활짝 웃는다.

이월된 검정과 하양은 진열된 싸구려 난전에 수북이 쌓인다.

바람이 불어온다.

기대감으로 쌓여있는 옷과 가방이 벙긋하다.

바람이 분다.

이리저리 채이며 굴러온 파랑의 낡은 일상이 그녀의 가방에 담긴다.

일생을 난전에서 살다온 그녀의 옷장에 수십 개의 가방이 줄 맞추어 있다.

그녀는 가벼운 저녁 외출을 준비한다.

붉은 눈동자 서녘 하늘에 걸린다.

-가방을 모으기 빠진

 

기본적인 생사에 영향이 크게 미치는 생업에 이상이 생기면 절망과 동반해서 무력감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이유를 만들어서 하게 된 것도 정신이 무감각해지면 그것이 천국으로 보인다. 무지개를 잡듯이 룰렛을 따라 빙글빙글 돌며 검은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검은 선글라스 속에서 무력감이 증폭하게 된다. 인간은 어려울수록 서로를 부둥켜안아야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의 고향은 두 개의 태양이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네. 에너지의 흐름이 바뀌고 기후가 극심한 변화를 겪는다네. 일 년에 사계절이 몇 번씩 오가네. 그의 행성엔 하루 종일 검은 바람이 일고 룰렛이 바삐 돌아가네. 바쁘게 움직이는 손을 따라 눈동자들도 한쪽으로 쏠리네. 긴 속눈썹은 쏠린 눈동자를 가리네. 그는 죽었다가 깨어나네. 그의 친구들도 죽었다가 깨어나네. 때때로 그들은 죽었다가 깨어난다네. 연애에 빠지고 술에 빠져 죽었다가 깨어났다네. 깨어난 그들은 표정을 읽을 수가 없네. 검은 선글라스 속 그는 며칠째 룰렛을 떠나지 못하네. 구부러진 등에 저장한 일용할 양식으로 하루를 견디네. 그의 눈도 룰렛을 따라 빙글빙글 돈다네. 룰렛에 묶여있는 그의 하루가 시간의 연자매를 돌리네. 그는 죽었다가 깨어나네. 그의 친구들도 죽었다가 깨어나네.

-죽었다가 다시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기억이 있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다. 기억이란 선험적 기억과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생성되는 기억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도 돌발적인 상황이 오면 자기 자신도 모르는 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은 선험적 기억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가지의 기억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모두 필요한 것이다. 흔히 시인을 보고 언어의 마술사라고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틀린 말이다. 시인들은 단순히 언어를 화려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천 년 전부터 DNA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을 재생하여 후천적으로 생성된 기억과 조합해서 우리 삶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해 왔다. 좋은 일만 생각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좋은 기억이란 인간 정신작용에 에너지가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씻고 또 씻고, 빨고 또 빠는 그녀의 취미가 다시 시작된다.

퇴근 후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그녀의 취미다.

그녀의 취미는 샤워와 빨래다.

13평 기숙사가 그녀 때문에 매일 출렁출렁 잠긴다.

주변의 째진 가재미눈이나 불평불만 가시는 무시해 버린다.

그녀는 30평의 옆 동 수도요금의 몇 배를 내고도 줄이지 못한다.

한 번 걸쳤던 블라우스도, 한 번 걸쳤던 바지도, 작업복도, 속옷도 바로바로 세탁기로 직행한다.

몇 톤의 물을 퍼 올리며 다시 또 씻기를 반복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녀의 취미생활은 주변의 불평불만이 그녀를 에워싸야만 끝이 난다.

유년의 옥수수 밭에서 옥수수잎이 부스스 그녀를 훑고 간 후부터 시작된 취미이다.

옥수수잎이 새겨 놓은 껄끄러운 문신을 지우고 지우면서 습관이 된 그녀의 취미는 13평 기숙사를 바다로 만들어 출렁출렁 춤추게 한다.

-옥수수잎, 그 여자

 

튕겨져 나가 그의 암부가 궁금해서 수런거리는 바다 위로 바람을 따라 금 밖으로 사라진 그를 기다리기만 하지 않고, 시인 스스로 화두를 짊어지고 시인의 예리한 감수성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 마음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시선으로 시인은 희망의 메시지를 만들어 간다.

 

금 밖으로 사라진 그를 기다려요. 부스스한 회색그림자 있지만 없다고 밀쳐내요. 신발이 튕겨진 금 밖으로 사라져요. 튕겨진 신발의 안부가 궁금해. 수런거리는 바다 위로 바람이 스쳐가요. 정수리에 한 개의 눈을 더 갖고 있는 그는 조심조심 하늘의 옷자락을 들춰보고 있는 새를 낚아요. 금 밖으로 사라진 그가 겨울 산수화 속으로 아슴아슴 사라져요. 그의 뒷모습을 따라 가던 눈동자에 안개가 스며요. 놓쳐버린 그의 안부가 궁금해 작살나무는 보랏빛 열매를 바다에 던지고 화살나무는 붉은 열매를 하늘로 날려요. 천국으로 간 그에게 옆구리 터진 누드김밥이 씨름을 걸어요. 옆구리 터진 김밥과 씨름중인 그 때문에 튕겨진 그의 신들이 갑자기 더 바빠져요.

-튕겨져 나간 남자

 

시인은 또 기억의 저 편에서 왔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고뇌하고 아파하면서 출렁출렁 꿈이 흘러나오는 시간의 통로를 만들고,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의식을 깨우려고 한다. 그 곳엔 무력감에 빠진 자기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이 저장되어 있는 기억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천 년 전에 지구에 왔다. 이십대의 모습으로 천 년을 살고 있다. 얼음공주로 불리던 시절 그녀의 고향은 다이아몬드 행성, 별과 달의 발바닥만 보이는 지구에선 시간의 통로를 만들고 깊은 동굴에 산다. 그녀의 동굴은 비밀번호로 잠겨있다.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숨을 쉴 수가 없다. 차도르로 얼굴을 감춘 그녀에겐 영원의 침대가 있다. 푸른 불기둥이 있다. 갇혀 있던 기억이 외출을 준비한다. 천 년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안개 속에 숨어 있던 동굴에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녀는 바람을 부풀리고 있다. 바람으로 알을 만들고 부화를 준비하고 있다. 빛에 둘러싸인 그녀의 알이 부화를 시작한다. 그녀의 행성은 울타리가 정비되지 않았고 장미가시에 나팔꽃이 달리고, 호박꽃이 달리고, 메밀꽃이 달린다. 연결된 시간의 통로로 바다가 들린다. 출렁출렁 춤추던 꿈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지금 다시 처음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행성에서 온 그녀

 

사이와 사이의 감옥에 갇힌 어려운 사람들, 사이와 사이에서 서 있는 시인, 사이와 사이의 많은 관계 속에는 많은 관계들이 거미줄처럼 짜여 있고, 그 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낙엽이 쌓이고, 눈이 내리고, 거울에 갇힌 자신을 찾아보라는 시인의 말을 사이에서 듣는다.

 

사이에서 듣는다. 바닥과 탁자 사이, 탁자와 탁자 사이, 바닥과 책장 사이, 책장과 책 사이, 책과 책 사이, 시와 시 사이, 울림과 울림 사이에서 듣는다. 첫 번째와 마지막 사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듣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 입술과 입술 사이, 숨과 숨 사이, 사이와 사이의 사이에서 듣는다. 응과 예의 사이, 빛과 어둠 사이, 어둠과 어둠 사이, 사이의 감옥에 갇힌다. 그와 그녀 사이, 숨과 숨결 사이에서 듣는다. 행과 행 사이, 바람과 나무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듣는다. 하늘과 땅 사이. 바닥과 탁자 사이에서 듣는다. 시와 시 사이, 시인과 독자 사이에서 듣는다. 사이와 사이의 사이에서 사이의 감옥에 갇힌다. 가을이 감긴다. 낙엽이 쌓인다. 눈이 내린다. 거울에 갇힌다.

-사이에서 듣는다

 

시인은 뜬금없이 바람이 불고 시간도 생각에 잠겨있는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속 한 가운데 서서 바오밥 나무를 사랑하고 실이 없는 바늘로 상처가 난 마음을 꿰매고 있다. 찢겨진 꿈 조각을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꿰매서 시인만의 신비한 마술의 보자기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실이 없는 바늘로 바느질을 하는 그녀는 바오밥 나무를 사랑하네.

그녀의 행성엔 뜬금없이 바람이 불고 시간도 생각에 잠기지.

생각에 잠긴 세상은 심각한 얼굴로 그녀를 지나치지.

그녀가 보는 얼굴은 합격이네.

늘 불합격 선에 머무는 그녀는 바람을 꿰매고 있지.

바람은 구석에서 파랗게 웃어젖히지.

실이 없이도 바느질 하는 그녀는 붉은 토끼와 검은 여우를 기르네.

그녀의 목록에는 바느질할 많은 이름이 있지.

그녀는 바오밥나무의 뚱뚱한 배를 쓰다듬으며 미소 짓지.

그녀의 머리 위로 두 개의 달이 슬며시 숨고 있네.

달 속에서는 하얀 토끼가 오들오들 떨며 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하지.

바람은 실없이 웃어젖히며 파랗게 넘어가고 있지.

두 개의 달이 뜨는 밤이면 그녀는 실이 없는 바늘로 바느질을 한다네.

-바느질하는 여자

 

두 개의 달이 뜨는 밤이면 시인의 서재 한 구석에서 바람이 웃어젖히고 있어도, 네 번째 진열장 여섯 번째 칸 좌로 세 번째에 꽂힌 마술의 기법이 적힌 책을 꺼내서 우리에게 읽어준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기억이 머물러 있던 시간으로 가는 마술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네 번째 진열장 여섯 번째 칸 좌로 세 번째에 꽂힌 책을 꺼내요. 세계지도네요. 이 책에 해왕성 가는 방법도 있나요. 극과 극이 만나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나 방금 극을 만났어요. 반짝 불이 들어왔어요. 그녀의 댓글에 그가 꽂히는 순간이다. 신문들이 던져진다. 그녀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책과 책장이 돌고 거짓말들이 쫓아오는 순간이다. 두 개의 시계가 반대 방향으로 돌고 오후 4시 그와 그녀가 만나는 순간이다. 번쩍 극과 극이 헤어지는 순간이다. 화들짝 놀란 그의 시간은 흘러가고, 그녀의 시간은 되돌아가는 순간이다. 그와 그녀가 시간의 파도에 부딪친다. 태양과 달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번쩍 불이 들어오며 그가 뽑히는 순간이다. 그가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출발하려는 순간이다. 번쩍 불이 들어온다. 그가 뽑힌다. 복제된 메텔이 그의 손을 이끄는 순간이다. 그녀의 손에 이끌린 그가 작아지는 순간이다. 내일로 기차를 타고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출발하는 순간이다.

번쩍 불이 꺼지는 순간 책장과 책장 사이 그가 졸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찰나 창틈으로 뜨거운 태양이 비춘다. 순간 구석에 있던 책들이 숨을 쉬는 시간이다.

-새한서점

 

시인은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귀를 기우려보라고 한다. 그러면 경제를 굴리는 두 개의 체인이 감긴 바퀴가 굴러가는 것이 보일 거라고, 조금만 더 가면 긴 터널의 입구가 보일 거라고, 그러면 지나간 바퀴자국은 앞으로 가는 길을 기억할 거라고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속에 마술을 건다.

 

그의 손 안에서 그녀의 눈이 돌아간다. 빙빙빙 삼박자로 돌아가던 그녀의 눈이 깜빡, 감겼다 뜨는 사이 그녀의 눈은 비둘기로 날아오른다. 탁탁, 그의 지팡이가 비둘기를 장미꽃으로 만드는 사이, 그녀의 눈은 캄캄한 상자 속에 갇혀서 삼등분으로 분리된다. 그의 손끝에 찔린 그녀의 눈이 발을 내밀고 손가락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눈에는 지금 이 세상은 진짜다. 속삭이듯 환한 눈웃음을 지으며 최면을 건다. 그녀의 눈이 깜빡 감겼다가 뜨는 사이 그녀는 쇠사슬에 묶여 자물쇠로 잠겨있다. 짧은 시간 동안 화려한 탈출을 시도한다. 쇠사슬이 더욱 옥죄어 온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눈이 깜빡, 감겼다가 뜨는 사이 그녀의 눈은 색색의 손수건이 되어 줄줄이 쏟아진다. 다시 그녀의 눈이 깜빡 감겼다가 뜨는 사이, 그의 모자 속에서 꽃가루로 흩뿌려지는 그녀의 눈은 천 개의 별가루가 되어 다닥다닥 이어진 판자촌 위 은하수로 흐른다. 그의 도시는 매혹적이다.

-마술

 

시인은 깊숙한 모자 속에서 무엇이든 꺼내면 변화시키는 마술사가 되어 암울한 현실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고정시키고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망각의 늪으로 빠진 사람들의 기억을 기억하고 싶은 기억만할 수 있게 마술을 시작한다. 그리고 천 개의 별가루가 된 시인의 눈으로 혼신을 다해서 나팔꽃을 피우고 목단 꽃을 피우고 장미꽃을 피우고 꿈이 출렁출렁 흘러 넘지는 시간의 통로를 만들고 있으니 머지않아 판자촌에서도 은하수가 흐르는 매혹적인 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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