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신작시/강우식/소금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040회 작성일 15-07-02 13:01

본문

신작시

 

강우식

소금 외 1

 

 

어렸을 무렵에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 말이

소금 같은 사람이 되라는 말이었다.

 

요즈음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커서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

어떤 사람이 되라고 말할까.

 

모르긴 몰라도

소금을 많이 먹는 것이 하도

몸에 나쁘다고 하니깐

소금 같은 사람이 되라고는 안 하리라.

 

소금하면 소금지하교회가 있는

폴란드 소금광산의 유색소금도 먹어보았지만

우리나라의 햇볕과 바닷물로 굳어진

결정체만한 소금 꽃이 있으랴.

 

젓갈류를 평소에 즐기는 나는

그 식습관이 쉽게 변하지 않아

자연히 소금 중독자다.

 

위암에 걸린 원인도

소금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보지만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또 끊어서는 안 되는 필요한 중독이다.

 

옛말이지만

백지장도 마주 들어야 낫고

천 냥 말고기도 간이 맞아야한다는

선인들의 속담이 하나 틀린 게 없다.

 

반드시 먹는 것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짭조름한 입맛 다시는 소금이 없다면

우리가 무슨 맛에 살겠는가.

상상해 보라.

 

 

 

 

무 채국

 

동지섣달 긴긴밤에

무를 놋숟가락으로 갉아 먹으며

가슴 시원해 하던 할머니.

 

하늘 가득 눈꽃이 피는

겨울 어스름 저녁이면 무 구덩이에서

무 하나를 꺼내 오셔서

채국을 잘하셨다.

 

특히 정월 대보름

액 댐 막이 약밥을 해 먹으면

무 채국은 통과의례였다.

 

채에 무를 썰고

냄비에 참기름을 두른 다음

달달 볶고 끓여서

고소하고 시원하게 만든 무 채국.

 

지난 한해의 온갖

속상하는 일들 속 시원히

소화 잘 되라고 해선지

 

무 하나로

세상살이 쓰린 속 씻어내려고

찬 음식을 더욱 차게

살얼음이 지도록 얼려 먹었다.

 

엄동설한답게 찬 무 채국

시원하게 먹고서는

동장군도 벌벌 떨 사람이 되자.

세상살이 파도를 넘으러

나는, 나는 바다로 간다.

 

강우식1941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1966현대문학으로 등단. 水兄, 老平, 果山. 시집 사행시초(1974), 고려의 눈보라(1977), 꽃을 꺾기 시작하면서(1979), 물의 혼(1986), 설연집(1988), 어머니의 물감상자(1995), 바보산수(1999), 바보산수 가을 봄(2004) 발간. 시극집 벌거숭이 방문(1983), 시에세이집 세계의 명시를 찾아서(1994), 시론집 육감과 혼, 절망과 구원의 시학(1991), 한국분단시연구, 시연구서 한국 상진주의 시 연구 발간. 현대문학상(1975), 한국시인협회상(1985), 한국펜클럽문학상 시부문(1987), 성균문학상, 월탄문학상(2000) 수상.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역임.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