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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오창렬/그때 비로소 돌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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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244회 작성일 15-07-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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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렬

그때 비로소 돌은 외 1

 

 

봄을 데불고 와서 벌이 유리창 노크하는 날도

창문을 닫으면 집은 감옥이 되었다

벌 윙윙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세상은

감옥으로 지은 집과 감옥 같은 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옥 속에서는 세월이 흐를 뿐

반성도 구원도 없이 사람들은 서둘러 늙고

수인囚人의 죄만을 죄라 말할 수 없는 우리는

감옥 같은 집에 사는 이의 자유에 대해서도 단언할 수 없다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는 사람은

교회에 나가서도 신을 만나지 못하고

영원을 모르는 세월 내내 바스러져 간다

돌멩이처럼, 뒹구는 돌멩이처럼

 

어느 날 문득, 봄빛이 오고

깨달음처럼 벌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감옥에 갇힌 이도 더 이상 수인 아니다

창문을 닫아도 더 이상 감옥 아니다

뒹구는 돌이 꿈꾸기 시작하는 그때 비로소

 

 

 

 

목련, 또는 시적인 것

 

 

꽃샘추위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저 목련

꽃피어야 봄이 오려나, 내 혀가 무심코 중얼거릴 때

앞에 앉은 동료가 토하는 탄성

, 시적이다!

그러나 멋쩍게도, 시적이라니,

난 그저 목련꽃 하얀 볼에 헤살 놓던 찬바람을 기억한 것뿐이다

적록빛 혈흔 뒤로 완연해지던 봄기운 떠올렸을 뿐이다

목련을 위한 봄이 아니라 봄을 위한 목련꽃의 희생,

타자의 희생을 바란 내 몰렴을 시적이라니

부끄러울 뿐이다

오래오래 피는 꽃이 꽃 아니라

봄철을 먼저 아는 것이 정말 꽃*이라는 말에 기대면

꽃샘추위 사이로 망울 내밀던 저 목련꽃은 꽃 중의 꽃이다

흐린 하늘로 둥둥 띄워 올리던 목련꽃의 노래야말로 시 중의 시다

그리하여 시적인 것이란

입으로 꽃을 노래하는 꽃놀이가 아니라

세상의 노래를 장만하는 것

옷 하나 더 껴입을 줄 알았을 뿐 겨울을 사는 동안

동구 밖 나서 학의 머리 한 적 없는 나는

봄이 온다고 먼저 소리쳐 보지도 못한 나는

저 여린 꽃잎의 순교를 담보로 봄을 맞고자 했다

동료여, 저 목련의 말없는 말에 귀 기울여

꽃샘추위 속에서도 꽃이 가까웠음을 읽어낸다면

겨울눈 속에서 부푸는 꽃망울을 읽어낸다면

당신과 내가 봄을 기다리는 동지 된다면

그때 우리는 비로소 시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목련꽃 운운하던 저 열없는 중얼거림보다도

어쩌면 저 목련꽃의 노래보다도

 

* 박팔양, 진달래꽃

 

오창렬- 1999시안으로 등단. 시집 서로 따뜻하다 . 현재 상산고등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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