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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오채운/소년이었던 소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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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채운
소년이었던 소년 외 1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즐거운 합창을 하고
소년은 그 노래의
가사를 알지 못하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소년이었던 소년
피 묻은 옷을 벗고
맑은 물에 발을 씻고
무럭무럭 자라도
공장에는 갈 수 없다네*
출발하는 지하철에 오르지 않고
아무도 없는 플랫폼에서
먼 곳만 바라보며
춤을 추는 소년
날 때부터 지금까지
소년이었던 그 소년은
변두리의 변두리
낡은 월세방에서
자라지 않는 소년인 채로
조금씩 늙어간다네
* 기형도의 시 「안개」에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工場으로 간다’를 변용.
나무가 내게
나무가 내게
말을 건넨다
저 나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밀물 드는 바닷가에서
뒷걸음질만 치는 나무
진흙바닥에 처연히 누워
젖은 몸을 말리는 나무
바닷물이 뚝뚝
세상에서 가장 여린
피리가 되어
멀리 있는 것들에게
말을 거는 나무
그 나무의 상징을
읽을 수 있을까?
나무가 내게 물었다
왜 거기 서 있어요?
오채운- 1964년 전북 김제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04년 ≪동서문학≫을 통해 등단하였다. 시집 모래를 먹고 자라는 나무, 저서 현대시와 신체의 은유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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