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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박선우/하누넘이에 해가 산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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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우
하누넘이에 해가 산다 외 1편
허청허청 걸어오는 해를 보며
와르르 요동치던 파도가 제 몸 한 자락 펴
이불을 만들고 혼절 하듯 쓰러져 버리는 해를 눕히며
힘들었겠다고 바다의 안색이 어둡기만 한데
싸리꽃 같은 별들은 무더기로 피어나고 있다
바다에서 온종일 무위도식하던 새들도
제 집으로 갔고 남은 건 언제나 하누넘이 바다이다
길도 없고 굴곡도 없는 그저 여자의 품 같은 바다
남편을 배웅하고 귀가하는 남편을 맞는 여자처럼
하누넘이 바다와 해는 서로를 받아들여하는
서로의 갈 길이기 때문이다
해가 지치면 바다가 다독이고
바다가 푸념을 하면 해가 다독이고
하누넘이 바다와 해는 시작도 끝도 없는
사랑의 동거를 하고 있다
압해대교
객기를 부리는 취객처럼
거품을 물고 파도가 출렁이는 것을 보니
바다가 봄을 산란중인가 보다
바닷가 집에 매화도 만개했고
텃밭을 일구는 노부부의 사랑도
봄볕처럼 주거니 받거니
발음이 자꾸 헛나간 노부부의 타박처럼
철새들 타박타박 티격태격 아웅다웅
고깃배 몇 척 지나가고
노을이 각혈 하듯 쏟아내고 있는
건너 목포대교에도 네온이 휘황하다
압해대교도 휘황하다
몇 십 년을 살아온 섬
섬은 여전히 섬이다
꿈꾸는 섬이다
박선우-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찬란한 목련의 슬픔, 임자도엔 꽃 같은 사람만 가라, 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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