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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조/강정숙/그 저수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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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그 저수지 외 1편
1
가라앉는 것들의 알지 못할 침묵과
물살이 끌고 가는 바닥의 은밀함은
물낯이 감추고 있는 무표정의 표정이다
2
소나기 지나가자 물빛 더욱 깊어져
틈 많은 방죽마다 초록 물뱀 자주 숨던
그 여름, 놓쳐버렸던 물총새의 저수지
3
마른 잎 다녀가고 또다시 겨울이다
행로를 알지 못할 철새 떼 떠난 자리
다시는 날지 못하는 날개들이 떨고 있다
유월에 병을 앓다
끝내 나를 비켜 가듯 봄날마저 이우는 날
세상 모든 아픔이 내게로 넘어지고
한 열흘
병을 앓는다
봄꽃이 지고 있다
햇살 너무 두터워지고 그늘 너무 얇다
이젠 자꾸 뭔가를 챙겨 먹어야 될 시간
손금이
뚝 끊긴 자리
치자꽃 지는 자리
강정숙- 2002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수상. 2009년 수주문학상 수상. 시집『환한 봄날의 장례식』,『천개의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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