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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은자隱者를 위하여 외 1편

-17자시 15수

 

 

풍진 세상에 구도자 되겠다네 어떤 청년은

 

◇

 

깊은 산속에 난蘭처럼 혼자 사는 은자 있다네

 

◇

 

은자의 발에 입이라도 대고파 종일 찾나니

 

◇

 

은자의 시를 제일 좋아하는 건 나뭇잎일세

 

◇

 

아무도 없다 은자의 시를 본 자 나뭇잎 밖엔

 

◇

 

몸에서 고요 풍겨야 은자라오 영혼의 향기

 

◇

 

요즘 세상에 은자는 드물어요 씨가 마른 듯

 

◇

 

은자의 재산 고요말곤 없다오 赤貧道人임

 

◇

 

은자의 눈빛 이 내 영혼거울에 길이 지니리

 

◇

 

그리운 이여 은자여 도인이여 세상 빛이여

 

◇

 

은자를 만나 이 몸에 고요 가득 채워 봤으면

 

◇

 

은자 보려면 이몸도 속속들이 투명해져야

 

◇

 

마음의 가난 그 말뜻 알려거든 은자를 보라

 

◇

 

은자의 벗은 푸른 하늘 흰구름 돌이나 풀잎

 

◇

 

참은자라면 잃은 적 없구말구 마음의 평화

 

 

 

      

은자가 그리울 때엔

 

 

은자가 그리울 때엔 그냥 묵묵히 당신의 가슴속

촛불을 켜세요。 그러면 은자도 일억광년쯤 떨어져

있더라도 어디선가 조용히 촛불을 켤 거예요。

그 순간 당신의 얼굴은 환히 별처럼 빛날 터。

 

박희진- 1931년 경기도 연천 출생. 1955년 ≪문학예술≫ 추천으로 등단. 시집 첫시집 실내악(1960) 이래 34권 출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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