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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김시언/나이테가 촘촘해진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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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언/나이테가 촘촘해진다 외 1편
정확히 두 시 방향이다
나무 옆에서 고등어 팔던 아낙이 해바라기하던 쪽이다
삼미시장 귀퉁이 생선 파는 아낙 옆
은행나무 줄기에 터진 자국 있다
언 수도관 파열하듯 꽝꽝
햇살을 받아 터졌다
쩍쩍 금 간 줄기
벌어질 때마다 시멘트바닥에 금이 갔을 것이다
짓뭉개진 배춧잎과 생선비늘이 붙어 있는 바닥을
구불구불 파고들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옹이를 단단히 튼 나무
햇살이 생을 내리찍은 순간이 참으로 길다
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자신을 얼린단다
봄햇살이 닿으면 다물지 못한 줄기에서 김이 피어난다
바닥에 금을 그었다가
하늘로 쭉쭉 파고든
가지 끝까지 패인 저 줄
아낙의 배에 튼 자국이다
점점 더 깊어져서
둥근 배에 나이테가 촘촘해진다
회사 방침
야심차게 결정한 짜장면이 오지 않는다
중국집은 여전히 통화 중
상황을 알아보겠다며 청도반점에 간 김 과장,
막 철가방에 담았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짜장면이 움직이는 대로 보고했다
양 부장은 사장한테 보고하고
다른 사람들은 책상에 신문지를 펴고 물을 따라놓았다
장대비가 면발이네, 송도신도시에 짜장면집 내면 왕대박이지
두 시간 동안 짜장면 면발 뽑는 소리 야채 볶는 냄새가 진동하는 사무실
스르륵 마침내 문이 열리고 김 과장이 들어선다
어라, 짜장면이 없다 철가방 든 사내가 없다
취소했어요!
김 과장 말에 장난하냐 쏘아붙인 양 부장
허기진 사장이 뛰쳐나오고
사람들은 허리춤에 손을 얹고 얼굴을 찌푸린다
빗물 줄줄 흐르는 우산을 들고
질컥거리는 신발로 얼굴이 시뻘게진 김 과장
너무 늦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홀에 와서 먹지 그랬냐며 화내잖아요
됐다, 방으로 들어가던 사장,
갑자기 휙 돌면서 소리친다
거, 생각할수록 화나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미안하단 소리도 안 했단 말이지,
우리 직원은 앞으로 청도반점 안 가기다, 이를 어기면 시말서 써야 한대이
비벼놓은 짜장면처럼
땀에 전 김 과장 얼굴이 모처럼 반질거린다
김시언∙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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